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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자전거 타는 사람이 되는 곳

2023.6.3

by 수수한

나의 자전거 실력은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말하기도, 탈 줄 모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정도이다.

마치 수영을 할 줄 안다고도, 할 줄 모른다고도 말할 수 없는 실력인 것처럼.


또 무엇이 그 지경인지 생각해 보다가 운전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분명히 못하니, 자전거와 수영은 할 줄 안다고는 말해도 되겠다 싶다.


도시와 한강변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멀리서 사람이나 자동차를 보면 절로 긴장한다.

어제도, 오늘도 자전거를 탔는데 이곳에서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물론 몇 번은 멈추어 서곤 하지만.


나의 세 사람들이 줄을 지어 시골길을 달리고, 나무 아래를 지나고, 호수변을 지날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동화 속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 자전거 실력이 좋으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이 모습을 촬영해 담고 싶은데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카메라보다 더 훌륭한 내 눈과 마음에 담아야지 하며 페달을 밟아 그들을 쫓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족과 함께하며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전거 하면 어김없이 기억이 나는 장면은 이 길을 달리는 우리들이다. 이곳에 왔을 때만큼은 용기 내어 자전거에 오른다.


이 길이

나를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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