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보고마시는시詩

by Here to past

빈집


작은 날개는 향수를 퍼다 지붕위에 발랐다

파도의 이빨이 물고간 자국은 겹겹이 퍼런 거품만이

녹음대신 우거져,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집을 붙잡고 있었다.

밥을 짓던 아궁이는 타다만 연초처럼 희미하게 들숨을 내쉬고 구겨져 펴지지 않는 고무신은

발걸음을 놓친 채 푸른 이끼에 코를 박고 이따금

흙냄새를 맡는다.

눅눅한 마룻바닥 밑 숨죽여 우는 고장 난 발걸음

향수가 고무신의 낡은 헝겊무늬 혈관사이로 파고든다.


세수를 안 한 아이의 얼굴 같은 메주는

바닷바람에 꽃을 피웠다.

날이 무뎌진 칼들의 이야기는

이내 뒤섞여 길 잃은 작은 집 머릿결 틈 사이로

외로운 연기를 토해내고

바르다만 창호지 틈으로 그리움은 재가 되어 주위를 맴돈다.

언덕 위 아무도 없는 집 아래

낡은 달빛과 쑥 내음 나던 휘파람 소리만이

드나든다, 그림자 없는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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