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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Oct 06. 2023

#안보윤 작가

애도의 방식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면부지의 작가를 어떻게 만날까?,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나의 경우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인친들의 독서기록,
그리고 신간 기사 등이 도움이 되고 있다.

가을 문턱에서 이제야 알게 된 사실,
다양한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제대로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것!
 
위로의 가을이 시원한 바람으로
마음까지 상쾌하게 어루만져 주던 때 만난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그중 학폭과 공교육 상실의 아픔을 진하게 그려낸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과 <너머의 세계>,
그 가해자가 방관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일 수도 있음을
돌아보게 하는 긴 여운을 주었다.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생면부지의 작가들. 마치 소개팅 자리에 나가는 듯한 설렘으로 Go! Go!

<애도의 방식, 대상작>
안보윤 작가. 내가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작품을 읽게 되기까지 우리는 평행선 상에 있었고 이제야 그 접점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이 내 마음에 담기면 2005년 이후 그녀가 세상에 내놓은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겠지. 그러면서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어 가겠지. 꼭 그렇게 되길...

'소란하다.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p9)' - 대상 작가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걸까? 이 첫 부분이 내 식스센스를 총동원하게 한다. 분명히 소설의 어떤 전개를 암시하는 것일 텐테, 뭐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소란한 사람들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p13)' - 이것이 좋아서 고향을 떠나지 않고 버스터미널에 있는 미도파라는 식당에 있기로 한 주인공. 관심받고 싶어 하는 종자인 관종이 아니라 그 반대인 자발적 아싸(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며 자발적으로 인간관계를 최소화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승규가 물을 때마다 나는 따귀를 맞았다... 지나던 길에 발끝에 걸린 돌멩이를 차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p20)' - 아... 학폭이구나. 이것이 주인공을 자발적 아싸로 만든 이유구나!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p29)' - 말을 참 쉽게 하는 세상이다. 나도 거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내 편이냐 아니냐만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편견을 진리로 맹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돌아 볼 일이다.

안보윤 작가와 첫 만남! 이제야 알게 된 아쉬움보다 지금이라도 만난 기쁨이 크다. 사회적 이슈를 심도 있게 관찰하고 그것을 공감 있게 이야기해 주는 그녀를 나는 '영혼의 살림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림'이라는 단어는 '살리다'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집안 청소를 방치하면 그대로 쓰레기장이 되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매일을 지루한 일 같지만 이 살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좋은 책은 이렇게 영혼에 쌓인 쓰레기들을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해 주기에 그런 글을 쓰는 작가를 나는 '영혼의 살림꾼'이라고 말하고 싶다.


- 헤리의 외면 일기


낱자를 더듬어 붙이던 어린 시절처럼 저는 여전히 글자들을 골라내고 있습니다. 활자를 조판하듯 백지 위에 하나하나 조심스레 올립니다. 어떤 글자들은 몰래 손바닥에 써서 삼켜버리기도 하고, 어떤 글자들은 담벼락에 휘갈긴 뒤 도망치기도 합니다. 누군가 읽어버릴까 봐, 혹은 아무도 읽지 않을까 봐 늘 두려워하면서요. 수상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그 글자들의 무게를 떠올렸습니다. 정확히는 글자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소설 속 세계의 무게에 대해서입니다.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쌓아 올린 이 세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계속 고민해보겠습니다.


- 안보윤 외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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