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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Nov 16. 2023

#정채봉 선생 4

간장종지


얼마 전에 읽은 임후남 작가의 책에

어느 봄날 정호승 선생이 <생각을담는집> 책방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일화가 나온다,


지금 가장 그리운 사람이

어머니와 정채봉 선생이라는 대목에서

다시 정채봉 선생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12월 이사를 앞두고

평생 읽지 않을 책은 정리하기로 하고

소신껏(?) 정리하는 중에

<간장종지>라는 정채봉 선생의 책이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책표지를 열어보니

그 첫 페이지에 낯선 글이 적혀 있다.


'형님 항상 건강하시고

밝고 맑은 가정을 꾸려가시길...

생일 축하합니다.

97.12.11

후배 CH가.'


이렇게도 무심할 수 있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추억이 담긴 책이라

이전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읽어 나간 것 같다.


짧은 수도원 일기들 속에

선생이 깊게 묵상한 성경 말씀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 준

촌철살인 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종교와 무관하게 읽어도 될 양서다.


이 책을 선물해 준

직장 3년 후배인 CH는

아직 회사에서 일익을 잘 감당하고 있다.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시간을 아껴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겠다고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가

올해 마침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멋지다! 후배 CH!'


그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인간이 죄 앞에서 망설일 때... 이만한 것은 죄의 축에 들지도 않는다고... 딱 이번 한 번만이라고. 낚시 바늘이 크다고 큰 고기를 낚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걸렸을 때 끌려나오는 거예요.(p18)' - 죄의 유혹! 순간 달콤한 것!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순간 훅 들어오는 것! 아킬레스건! 다른 이가 아니라 '나'를 돌아 볼 일이다.


'기상 징소리... 5시 30분... 찬바람이 씽 하고 들어와 얼굴을 씻어주다(세수 한 번 시원하네)...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아 고마운 삼라만상이여! (p25)' - 수도원에서 새벽에 눈 뜬 선생이 감사로 시작을 한다. 나는 아침에 눈 뜨고 무엇을 가장 먼저 하는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기? 나도 눈 뜨면 감사로 시작하자! 기적 같은 새 날이 밝았으니.


짧은 수도원 일기의 글들이 담백하면서도 신선하다.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선생의 글들이 좋다.


'앎은 믿음을 주고 모름은 겁을 준다. -어떤 운전교습소 표어 (p96)' - 운전 실력은 길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 에 있다고 했던 선배의 말이 기억이 난다. 그는 기업 회장을 직접 모시는 기사 경력이 꽤나 있었고, 나의 운전에 머리를 올려 준 이이기도 하다. 아무도 내 차를 타려 하지 않는데 그가 내 옆자리에 앉아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One Point Lesson'을 해 주었고, 그것이 지금 차를 조금이라도 몰고 다니는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차를 믿고 가라!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라!...... 은퇴 후에는 한 교회의 장로로, 지금도 헌신하며 섬기고 있는 믿음의 선배! 존경합니다!


정채봉 선생의 성서 묵상집. 믿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담백한 몇 줄의 글들. 그러나 강하다! 지속해서 읽어야 할 삶의 지혜서다.



- 헤리의 외면 일기



<폼페이에서 온 엽서>


"...화산이 덫처럼 들이닥친 그 한 순간의

인간군상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다. 먹다가,

입다가, 춤추다가, 즐기다가 심지어 목욕하다가

화석이 돼버린 사람도 있으나 꿇어 엎드려

기도하던 자세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는구나."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날이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른다.

조심하여라.

그날이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덫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루가 21, 34-35)



- 정채봉 선생의 <간장종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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