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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Nov 23. 2023

#신달자 선생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인생 선배의 글들이 좋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
남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산문이 좋다

퇴직 후 2년 동안
나를 다독여 주며
흐릿해지는 의식을 깨워 준 분들.

독서기록장을 펼쳐 본다.

이어령 선생, 고도원 선생, 정채봉 선생, 박목월 선생,
박완서 선생, 이문구 선생, 최진석 선생, 최인호 선생,
김재진 선생, 김용택 선생, 박범신 선생, 윤형두 선생,
성석제 선생, 이정림 선생, 기형도 선생, 그리고
오늘 기록하는 신달자 선생까지.

감사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 앞에서 주저하며
의기소침해하고 있는 인생 후배에게
마음 담은 편지들로 위로와 힘을 주셔서.

신달자 선생의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는
거짓말같이 찾아온 80에 삶을 반성하며
써 내려간 삶의 묵상집이다.
 
57의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
비뚤어진 삶의 진로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아 준,
선생과의 첫 만남을 가져다 준 귀한 책이다
 
앞으로 선생의 책들을 역주행하며
읽어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렘이 가득한 순간이다.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80은 거짓말처럼 왔습니다.(p5)' - 나에게도 80이라는 숫자가 올까? 돌아보면 나에게 50이라는 숫자도 까마득히 먼 것이었다. 근데 벌써 오십 대 중반을 넘었다. 은퇴를 하고 제2의 인생의 문을 여는 나에게 아직 이 책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앎을 줄 것이란 기대가 마구마구 일어난다.

선생 나이 80에서 돌아 본 삶에 대한 묵상이 깊게 담긴 책이다. 그래서 글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주의 깊게 경청하게 된다. 나의 삶에 계속 질문을 던져 주는 글들. 저절로 나는 노트에 글을 쓰며 그것에 반응하고 있다. 월급쟁이 32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이라 그런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은 카톨릭 입교이며 하느님을 의지하기 시작한 일.(p21)' - 많이 힘드셨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신앙이었다고. 여전히 비틀거리는 영혼이지만 절대자를 믿고 의지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힘이고 위로이기 때문에. 나도 그러하다. 새롭게 맞이할 Input 없는 삶 앞에서 자족하며 살든 또 다른 일자리 기회가 생기든 주님과 함께 할 것이기에. Keeping step with JESUS!

'사람이 죽으면 물건도 같이 죽는다... 조금 아까워도 살아서 그것을 나누는 순간 천국이 도래할 것... (p96)' - 이사를 앞두고, 몇 번의 이사에도 살아남은 책들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3년 반만의 일이다. 누군가에게 절실한 책일 수 있는데 내 과욕이 이것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몇 차례 정리하고도 백 권이 넘는 책들이 남아 교회 나눔 장터로 나르고 있다. 배낭에 십여 권의 책을 넣고 30분 정도 가는 걸음이 가볍고 좋다. 좋은 반려자 만나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도.

80 온 생애를 탈고하는 듯한 선생의 글들을 계속 읽고 있다. 80층 계단에 서서 삶을 곱씹어 보고 회상하는 글들이 좋다. 앞으로 올라갈 계단을 두고 설렘으로 맞이하려는 백발이 멋있어 보인다. 이제 겨우 57층 계단에 서 있는 나도 내 삶을 탈고하듯 살아야겠다 싶다. 더욱 건강하셔서 이후의 계단 이야기도 계속해 주길 기도드리며 응원의 마음을 보내드린다.

- 헤리의 외면 일기


내면에는 '홀로'라는 강력한 못 하나가 박혀 있습니다. 그 못은 내가 일할 때나 사람을 만났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혼자 있거나 아플 때 몸을 비틀고 올라와
나를 괴롭힙니다.

악마같이 내 몸을 쑤셔대면서 "넌 혼자야", "넌 외로워!"하고 외쳐댑니다. 이상하게도 그 악마의 목소리는 내 몸에 배어듭니다. 그리고 서럽게 만듭니다... (중략)

그러나 이 세상에서 나만 겪는 고통은 없습니다. 견디는 것도 인간에게 주어진 밥과 같습니다. 외로움은 내게 소금과 같습니다. 약간은 간을 맞추는 데 유용하지만
조금만 넘치면 망쳐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싸웁니다.

용용 죽겠지 하고 외로움이 화를 내게 하면서 달아나려 애씁니다. 외로움 그거 별거 아니라고 얕보면서 때론 안고 뒹굴기도 합니다. 한 번도 이별이 없었던 나의
외로움. 노년의 내 친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 또한 감사합니다.


- 신달자 선생의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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