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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Jun 05. 2024

#김연수 작가 3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정일 작가 따라 소설 읽기' 두 번째 책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2012).

김연수 작가의 소설로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의 책으로는 세 번째이다.

그의 산문집을 처음 읽었던 것이
지난 22년 늦가을이었다.

'서른여섯에 그의 청춘을 돌아본
다양한 일화들이 가득한,
이제는 오십이 넘은 나이지만
이십 대의 '젊은 작가 김연수'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
<청춘의 문장들>(2004)!'

그의 소설을 읽어야지, 하다가
그 후 1년이 지난 23년에도  
또 다른 그의 산문집 <우리가 보낸 순간, 2010>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소설)을 보게 되었다.

'그가 사십 고개를 넘어가기 전에
읽은 책들의 대방출, 특이한 건 한두 문장이 아니고
2~3페이지를 통째로 인용하고
그 소감은 담백하고 짧게 담았다는 것.'

드디어 이번에 그를 소설로 만났다.
  
아직은 나에게 젊은 작가였던 그가
어느덧 40대 초반의 소설가 되어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심연!
그것으로 인해 서로를 오해하고 왜곡하며
아프게 살아가는 인생들이 그려져 있다.  

서로의 진실이 그것을 건너 닿기만 하면
이해받지 못할 인생은 없는데도.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의 일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함부로 깝죽거리지 마라! 타인에게'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책. 도서관 한쪽에 두 권이 그렇게 있었다. 그중 좀 나은 것을 대출했지만 그것도 겉표지에 유리테이프를 덧칠하듯 해 놓았다. 12년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나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보았을 것이고 나름의 감흥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나도 거기에 줄을 선 것이다. 구간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신간인 이 책에 담겨 있을 누군가의 삶을 기대하며. Go! Go!

'그 남자의 이름은 하세가와 유이치(p21)' -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낯선 장소, 특히 인물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이 부분에 와서 나는 노트에 '나(카밀라)'를 중심으로 인물 관계도를 그렸다. 이 또한 소설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시인이든 작가든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뭔가 쓰는 순간, 되는 거지.(p28)' - 위로가 된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글맹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만 둘까 하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매번 글 쓸 때마다 상당한 부담을 가졌었다. 그러다가 재작년 김연수의 산문에서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도 글 쓰는 것이 매번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거의 쓴 적이 없으니 글맹은 당연한 것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히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그와 비슷한 이 문장을 보니 그때가 떠오르면서 다시 힘을 얻게 된다. 누가 뭐라고 하든 뭐라도 글을 쓰는 순간 작가의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파이팅! 나의 글쓰기!

'모든 균열은 붕괴보다 앞선다.(p310)' - 한두 달 전부터 오른쪽 아랫니 부분이 좋지 않았다. 이전처럼 맘껏 씹지를 못해 반대로 쪽으로 돌려서 씹고 있다. 불편했다. 잇몸 이상인가 해서 전용 치약도 써보고,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뿌려보고 해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상태. 문제를 피하고 있는 나를 보고 오늘 아침 드디어 치과 예약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읽는데 이 문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좀 늦었지만 잘했다고 위로를 받는 듯했다. 치과는 여전히 가기 싫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친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카밀라(정희재)의 뿌리 찾기 도전, 재도전기! 남해 어딘가에 있다는 김연수 작가가 만든 도시 진남에서 진실을 찾는 추격전 같은 느낌! 그의 친모 정지은, 마지막에 나오는 친부가 결국에는 함께 만나야만 하는 곳! 읽는 내내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했던 예수님의 말씀에 모두가 뒤로 물러섰던 그 현장에 와 있는 듯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심연을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인 양 그 현장에서 돌을 던지려 했던 나를 보게 된다. 아직도 아집과 잘난 채로 상대를 비하하거나 왜곡해서 보는 나의 교만은 여전하다. 얼굴이 붉어진다.

최은영 작가가 만든 강원도 어딘가에 있다는 희령에 이어 진남도 대한민국 지도에는 없고 내 마음에는 존재하는 도시가 되었다. 둘 다 애잔한 기억을 남긴 채.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 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p285)

-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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