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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Jun 11. 2024

#욘 포세 작가

아침 그리고 저녁

노벨 문학상은

어떻게 선정이 될까?


사실 잘 모른다.

(한참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노트에 기록하며 공부함)


그 과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발표가 나면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선정된 작가의 책들을 집중 홍보하기 시작한다.


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몇 읽지도 않았지만 대부분 선정 이후

그 저자의 책을 과제처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 단 한 사람만 사전에 읽은 적이 있다.

바로 아니 에르노 작가,

우연히 접하게 된 그녀의 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마치 내가 받은 것처럼 기뻐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사전과 사후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작가,

생소한 이름이었다.

과제처럼 읽고 싶지 않아서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인스타에서

오늘 소개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신간도 아닌데 자주 접하게 되었다.


궁금했다.


소설을 달리 보겠다고 다짐한 이후여서

이번에는 과제처럼 읽지 않겠지라는

기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어린아이들도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나이에 따라 그 가속도는 더 붙는다고도,

요즈음 나도 그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빠른 것이 이 소설이다.

한 페이지만 넘기면 방금 태어났던 요하네스가

바로 노인이 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메멘토 모리!'를 너무나 구호성으로

여겨왔던 나의 가벼움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Ⅰ> - 요한네스의 탄생, 그의 생의 아침이 시작된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 순간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요한네스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이 한 문장이면 될 것을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할까? 나의 경우를 돌아보니 내가 태어날 때에 관해서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부산 어느 산부인과에서 널 나았어, 정도밖에. 그때 내 부모들은 나의 탄생에 대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 소설처럼 기록되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다. 욘 포세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당신은 부모의 사랑으로 소중하게 태어났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이 소중한 탄생의 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가 자존감을 가질 이유다. 일출의 장광으로 밝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처럼.


한 페이지만 넘겼을 뿐인데 <Ⅱ>부는 방금 탄생했던 그 요하네스가 바로 노인이 되어 나온다. 인생 참 짧구나. 이 책처럼.


'이대로 물에 빠져 죽으면 남은 식구들은 뭘 먹고 사나?(p70)' - IMF 때 보증을 선 건으로 그 당시 꽤 큰 금액을 내가 갚아야만 하는 상황을 맞았다. 고이율의 이자까지 매월 꼬박꼬박 내면서 7,8년을 갚아 나갔던 것 같다. 그 당시 아이들 둘이 누워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다가온 생각이 바로 저 문장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려웠지만 혹시나 해서 종신보험도 들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을 읽다가 네트워킹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암웨이가 좋을 것 같아서 9개월 정도 집중해서 퇴근 후 쫓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 힘들었구나, 잘 버티면서 여기까지 용케도 왔구나,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수고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파이팅!


이럴 수가! <Ⅱ>부의 화자가 살아 있는 요한네스가 아니라니...  마지막까지 망자인 줄 모르고 그의 저녁을 맞이한 요한네스. 욘 포세가 상상으로 만든 저세상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죽은 후를 누구도 알지 못하니 욘 포세의 상상도 일리가 있게 다가온다. 삶의 마지막 차례는 죽음이라는 것. 그래서 허무에 빠져 살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가능한 회한 없도록 주어진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 힘쓸 일이다. 바로 지금!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모든 것이 제 안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말하는 듯하다, 자신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모든 것이 그 자신처럼 나이들어, 각자의 무게를 지탱하며 거기 서서,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고요를 내뿜고 있다, 내가 대체 왜 이럴까? 멀뚱거리며 여기 서서, 창고 안의 오래된 물건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니,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여기 이렇게 서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고 말이야,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러나 물건들은 제각기 지금까지 해온 일들로 인해 무겁고, 동시에 가볍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상상해보라, 세탁기가 생기기 전에 에르나가 저 통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저 안에다 얼마나 많은 빨래를 했는지, 그래 결코 적지 않은 빨래였다, 그리고 이제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빨래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가 고 사물은 남는다,(P43)


-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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