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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2

<쓱 안긴 책 5>(25-1)

by 백승협


작년 봄,
이정일 작가의 소개로 알게 된
최은영 작가!

그녀의 책 <밝은 밤>(2021)은
내 내면 깊숙이 있는 뭔가를
예기치 않게 끄집어 올리며
몇 차례나 뭉클하게 했다.

'이 책은 나에게 오래간만에 느끼는 뭉클함을,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주었다' (내 인스타 24.5.14 중에서)

그 후 신형철을 이어
백가흠의 결을 따라
책을 읽고 있었다.
작년 11월 30일,
그녀의 북토크 소식이 있었고,
실물 영접하는 영광을 가졌다.

그때 그녀의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2023)를
읽어 보기로 했고,
작년 마지막을
결국 그녀와 함께 했다.
고향 부산을 오가며...

일몰의 장관을 기다리며
다대포 어느 카페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 지연으로
틈새에 김해공항에서,
점점 붉게 물들어 가는 낙조의 빛이
뚫고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에도 나는
또 다른 결의 뭉클함을 몇 번이나 느꼈다.

◆ 책 읽다가 그 몇을 쓰다

2019년에서 23년 상반기까지 그녀가 쓴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책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누군가의 아픔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아픔이 내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응원의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나는 재미있는 사람도, 웃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나는 비정규직 은행원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일을 처리해 줄 기계였고... 누군가에게는 감정도, 생각도, 느낌도, 자기만의 언어도 없는, 반격할 힘도 없는 인형이었으니까.'(p13-4) - 기계, 인형이라는 아픈 단어들로 자기를 인식하고 있는 희연, 비정규직 은행원을 그만두고 대학에 편입한다. 마침내 시간강사가 된다. 구 년의 시간이 걸렸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던 온 그때, 영어 에세이를 가르쳐 준 한 시간 강사. 여기까지 오는데 '아주 희미한 빛'이 되어 준,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전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준 그녀와의 만남을 회상하고 있다. 그 위에 용산 참사의 아픔도 함께 그리고 있다. 불행히도 지금, 제주항공 참사 소식으로 온 나라가 그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이제 '사상 초유'라는 말이 싫다. 부정의 대명사가 된 듯하기 때문이다. 희생자분들을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분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또 바라본다.

<일 년>
삼 년 차 사원인 지수와 동갑내기 인턴 다희,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출퇴근 카풀로 그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서로의 아팠던 속내 이야기들을 말하고 듣는다.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둘은 차에서 내려 일터로 가면 동료가 되었다가, 다시 차에 올라타면 서로의 이야기에 몰두하는, 알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p101)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동료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해관계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30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도 아직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전화로 문안해 주는, 한두 달에 한 번은 만나서 식사와 커피를 하며 회포를 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하면 감사가 넘친다. 아직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 새해에도 건강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파이팅 하길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이 소설의 끝처럼 소원한 관계로 끝나지 말라고 최은영은 나에게 경종을 울린다.

지난해(24년) 11월 북토크에서 만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그것들이 언제 차가움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래서 외로운지도 모르게 외로웠다고, 지금은 모두가 떠나도 나만은 나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결코 혼자 남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고. 이 말을 들어서인지 7편의 단편 소설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2024 네이버 내 블로그 리포터에 최은영의 책 <밝은 밤>(2023) 소감 글이 1위를 차지했다. 45개 게시글 중에서. 그녀에 대한 나의 팬심이 더해지는 이유다. 2425, 이 년을 함께 한 최은영 작가께 감사하다. 앞으로 나올 그녀의 책이 기대된다. 에세이면 더 좋겠다.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

#최은영 #아주희미한빛으로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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