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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_솔즈 작가(목사)

<김병삼 목사의 결을 따라 영성가의 책 읽기 1>(25-11)

by 백승협

책을 쓴 작가는

힘든 집필과 탈고의 시간을 거친다.

그 시점에 그로서는 최선의 글을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보낸다.


그런 책들이 지금까지 쏟아졌고,

지금도 출간되고 있고,

어김없이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그중에 나와 연이 되는 책은

그만큼 소중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친밀한 반려까지 되어 주니

더욱 감사하다.


그래서,

그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만나서 뭐가 좋았는지,

추억의 사진처럼

몇 장 남기고 싶었다.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 <영성가의 책 읽기>에서

만난 김병삼 목사님,

이번에는 그의 결을 따라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 첫 만남이 바로 스캇 솔즈 목사님이다.


그가 쓴<아름다운 사람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2022)의

소제목은 '아픈 인생에게 건네는 깊은 위로'이다.


위로라고? 뻔한 것 아냐?

벌써부터 나의 편견이 강하게 일어난다.


이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곧바로 사라진다.

15개의 프롤로그와 1개의 장이라니?

뭐지?

전개부터가 신선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성령께서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신다.

지금까지 들은 어떤 위로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끝없는 절망의 늪에 빠진 것 같은

인생의 굴곡들이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 준다.


이런 아픔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본격적인 장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반드시 올 것이라는 위로에

다시금 힘을 얻는다.


오늘은 예수 재림의 날이

어제보다 하루 더 가까워진 날,

나는 진심으로 예수 재림을

기쁨으로 소망하고 있는가?


이것은 내 신앙의 바로미터가

되어 줄 질문이 될 것이다.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할렐루야!


'이 책은 대부분은 장(chapter; 章)이 아니라, 프롤로그

(prologue)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면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기 위한 내 작은 노력이다. 우리는 아직 '진짜 집'에 이르지 못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이다. 하지만 소망의 소식도 있다. 바로 그 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후회, 상처,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영혼의 지침은 다가올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이런 것을 비롯한 그 어떤 질병도 없이 우리가 누리게 될 삶의 프롤로그일 뿐이다.'(p29-30,254)


◆ 책 읽다가 그 몇을 쓰다


메타스퀘이아 숲, 지금은 나목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곧 초록으로 풍성해질 그 숲속 한 곳에 구청에서 해먹을 몇 만들어 놓았다. 겨우내 없었던 것이다. 아마 봄이 다가오자 이것을 미리 설치해 둔 것 같다. 일주일 전에 한번 누운 적이 있어서 오늘은 곧장 여기로 와서 해먹에 몸을 맡긴다. 따뜻한 봄기운에 젖은 채 기분 좋은 흔들림을 따라 편히 누워있다. 천국이 따로 없다. 겨울엔 엄두도 못 낼 것을 봄기운이 이런 선물을 준다. 게다가 영성 깊은 이 책도 읽고 있자니, 만물을 아름답게 창조하신 하나님께 더욱 감사 찬양하게 된다.


이틀 전에 봄비가 아닌 봄눈이 내렸다. 산길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주저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락길로 올랐다. 그 길 내내 스캇 솔즈 목사님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묻고 또 물었다. 그러다가 걷고 있는 산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산길은 다양했다. 봄눈으로 아직 녹지 않는 곳, 녹아서 물이 질퍽한 곳, 조금씩 마르고 있는 곳 그리고 따뜻한 햇살을 받아 뽀송뽀송한 곳. 아아. 인생길이 지금 보고 있는 산길처럼 보인 것이다. 이런 다양한 상태의 길들이 랜덤으로 펼쳐지는 것이 인생이요, 거기서 나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구나, 했다. 결국에는 뽀송뽀송한 길만이 펼쳐질 것이다. 이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요, 아픔을 가지고 견디며 살아가는 인생에게 주는 위로요 소망이다. 감사합니다. 주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최고라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다. 상대적인 성공을 거두면 자신은 여느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할 수 있다.'(p52)


- 착각! 스스로 최고라는 그 착각! 상대적으로 우월의 위치에 있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며 어깨에 힘을 주었던 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중학교 시절 성적이 전교 탑 3에 들었을 때, 교회에서 대학부 회장이 되었을 때... 가장 최근에는 만년 팀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어느 계기로 동기들 중에 임원을 가장 먼저 달았던 때가. 은퇴를 하고 나니 그것들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선배들이 다 일러 준 말이다. 은퇴하면 동네 아저씨에 불과하다고. 막상 그것을 현실로 마주하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신이 위대하다는 환상은 언젠가는 깨질 날이 오고야 만다.'(p52) 나에게도 어김없이 이날이 왔다. 내가 움켜지고 있었던 것들이 물과 같이 다 새어나가 없어질 것이었다는 것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곁이 되어준 신앙, 가족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 덕에 지금은 조금 안정되고 있다. 감사의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하나님 앞에서 나의 한계와 가벼움을 인정하는 나날을 보내고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예수의 향기가 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만들어지면 심지어 휠체어도 설교단으로, 항암 치료실도 예배의 장소로, 만성 통증도 거룩함으로 가는 통로로, 무덤도 부활의 땅으로, 죽음도 자유로 가는 길목의 축제로 변한다.'(p261)


'세상의 두려운 일들에 시달려 정신이 혼미해지면... 하나님에 대해 무감각 해질 수 있다.'(p69-70)


- 상황이 좋던 그렇지 않던 점점 하나님이 안중에 없는 행동을 쉽게 일삼는다. 하나님을 주님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하나님을 자기 종처럼 부리는 모습들이 차고 넘친다. 남을 볼 필요도 없다. 나 하나만 봐도 수없는 사례가 쏟아진다. 나의 경우 임원이 되고 나서 그 무게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매일매일 새롭게 생기는 문제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 조바심에 안절부절못했던 나날들... 새벽마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야 하루가 편했다. 그럼에도 현실로 오면 여전히 그 문제들의 늪에 헤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은퇴한 후는 다를까? 직장 생활만큼의 큰 압박은 없지만 그런 것들이 사라지니,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이 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한다. 여전히 불안과 염려로 정신이 혼미해지곤 한다. 이제 더 이상 이전과 같이 살지 말라고 주신 이 시간들을 한동안 그렇게 보냈다. 지금은 영적 감각 세포를 성령께서 조금씩 회복시켜 주시고 계시다. 감사하다. 나에게 은퇴는 아웃사이더로 물러 나라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하나님 학교에서 배우라고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 기회마저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 목사님은 '습관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p90)고 하신다.

'매일의 리듬으로 자리를 잡으면 아름다운 순간이나 두려운 순간이나 하나님을 더 분명히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들이 있다. 그런 습관 중에 '거하기'(abiding)와 보 기'(beholding)가 있다. 이 둘은 하나님을 알고 그분과 가까이 교제하며 그분의 선하심과 영광을 경험하는 데 필수적인 습관이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서 거하기와 보기를 실하면 후회, 상처, 두려움에서 비롯한 지친 상태를 이겨 낼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안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p83)


. 설교자의 역할은 사람들의 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장점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p165)


- 한국의 교회도 점점 미국교회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예배 시간에 쓴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세상사에 지친 나 같은 성도들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교회에 가서 편하게 있다가 오고 싶기 때문이다. 강단에서는 죄의 지적이 사라지고, 성도는 달콤한 말만 듣기를 원한다면 십자가가 빠진 교회가 될 것이다. 바울의 고백을 닮고 싶다. 그는 영적으로 최고의 경지에 다다를수록 자기평가에 더 박해진다. 이 고백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우리 그리스도인의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기의 편지에서 그는 자신을 "사도 된 바울"로... 나중에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로... 그 뒤에는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로... 마지막으로, 사역을 마무리할 때가 되어 도덕적으로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젊은 목회자 디모데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p170-1)


'예수님이 만물을 새롭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헬라어 동사의 시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은 다가올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만물을 '계속해서' 새롭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만물을 새롭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실 것이다. 1분, 한 시간, 하루, 한 달, 1년, 10년, 백 년, 천 년,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전보다 더 좋아지고 온전해지고 만족스러워질 것이다... 모든 새로운 순간이 이전 순간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p264-5)


- 이 세상에 젖어 천국을 상상하다 보면 가끔 많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더 나아가 돈과 건강만 있다면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천국 아닐까?까지. 스캇 솔즈 목사님은 마지막 이 부분을 말하려고 여기까지 독자인 나를 이끌고 온 것 같다. 성경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인생 여정의 마지막 기착지인 죽음은 끝이 아니며, 그제야 본격적인 장이 시작되는 지점임을. 이 세상은 나그네길이요, 향수병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나는 이 문장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이 세상에서 본향을 소망하며 믿음으로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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