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가의 책 읽기 12>(25-14)
일주일만 지나도
봄 산의 그림은 달라진다.
꽃들끼리
서로 순서를 정한 듯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계속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개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장미의 순으로 개화한다고 한다.
지금 여기 서울은
진분홍, 연분홍, 흰색의 철쭉꽃이 활짝 피고 있다.
장미도 곧 필 것이다.
이런 봄꽃들의 향연 속에서
고난 주간과 부활절을 보냈고,
이 기간을 유수영 목사님과 동행했다.
그는 제주에 살면서
시와 사진으로 순간을 영원화하는
시인이면서 제주 '함께하는 교회'의
담임 목사다.
그전에 나는 목사님을 두 번 만난 적이 있다.
23년 봄에 사진이 있는 시선집
<살다가 문득 그리운 날에>(2023)로 그 처음을,
24년 가을에는 <예수라 하라>(2020)에서
사복음서의 깊은 통찰을 맛본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다>(2024)로
목사님과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이러고 보니 매년 목사님을 한 차례씩 만나는
은혜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창세기는 어느 성경보다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매번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성경 일독을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만 새까맣게 바랬던
흑역사도 동시에 떠오른다.
유 목사님은 나를 만나자마자
창세기의 시공간으로 데려갔다.
설민석처럼 흥미롭게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꾼 유 목사님,
그와 함께한 이번 신앙 어드벤처는
창세의 긴 역사 속 현장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마음, 진한 인간애를 보게 한다.
이번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이렇게 창세의 시공간에서
색다른 영적 체험을 가졌다.
'창세기는 하나님으로 시작해 요셉으로 끝납니다. 요셉은 창세기가 독자에게 주는 해답이자 결론이고 이 결론이 곧 예수님입니다. 50장에 걸친 창세기 드라마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에 사람이 번성하고 예수님께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는 이야기로 요약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이 책을 예수님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장 위대한 결말로 끝나게 되어 행복합니다.(p403, 에필로그 중에서)
◆ 책 읽다가 그 몇을 쓰다
. 성경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성경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하나님 주권 아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p21)
- 우리는 이미 창조의 세계에 있다. 세대를 이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이성으로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믿음은 시작된다. 그의 피조물임을 인식하는 데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믿음은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불교 집안에 태어나서 부모님을 따라 절 밥을 먹고 자랐던 나,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어느 날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 주체할 수가 없었다. 교회에 다닌다는 반 친구 여럿에게 "너희 교회 같이 가면 안 돼?" 내성적이었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용기 있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부산 부평동에 있는 한 교회에 가게 되었다. 이 인도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이루어진 것에 감사하다.
서울로 첫 직장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정을 이루었고... 그 직장에서 32년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하나님이 주신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하나님의 선한 계획이셨구나, 하고 감사했던 일도 종종 있었다. 이 정도의 은혜를 받았다면 지금도, 앞으로도 흔들릴 이유가 없는 믿음의 소유자여야 하는데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오늘도 예수님 보혈을 의지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이유다. 나 스스로를 자신(自神)으로 우상화하는 교만을 날마다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주님!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 아무리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도 십자가는 예수님의 수난을 드러냅니다. 무지개 또한 우리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끔찍한지와 이를 용서하신 하나님 은혜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 주는 상징입니다... 무지개 너머에 담긴 참된 의미를 생각할 때입니다.(p104)
- 매년 맞이하는 고난 주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여느 다른 기념일처럼 루틴으로 대하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대속의 은혜가 내 심령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싹도 피우지 못하는 메마른 씨앗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부분을 읽고 다시금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지개가 바로 십자가와 동일한 의미였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언제가 인왕산 앞에 무지개가 진하게 뜬 것을 본 적이 있다. 감탄하면서 사진으로 마구 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단순히 아름답게만 본 것이다. 앞으로는 무지개가 다른 의미로 새겨질 것이다. 죄의 심각성을 돌아보며 나를 각성하라는 증표로 말이다. 고난 주간에 십자가 외에 이제 무지개도 함께 묵상할 것이다.
. 믿기로 했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있고, 그날이 되기 전에는 믿음의 결과가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p177)
- 육십 고개 문턱에 있는 나, 신실한 하나님은 모든 것을 협력하여 여기까지 선하게 이끌어 주셨다.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돌아보니 은퇴도 하나님의 정하신 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 후 새로운 시공간에 적응하느라 멀미 증세를 심하게 보인 적도 있다. 지금은 나름 잘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 앞길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불현듯 불안감이 찾아 오기도 한다.
나는 지금 광야에 있다. 하나님만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는 훈련장에서 영적 성장을 위한 때를 보내고 있다.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영성이 깊어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깊은 나락에 떨어지는 나를 자주 대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줄 믿는다.
특히 3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에 배인 조급한 마음이 치유되길 바란다. 하나님보다 앞서 행하려 하고, 얄팍한 내 생각, 내 경험, 내 지식을 먼저 의지하려 한다. 이런 내 모습을 지금도 자주 직면하고 하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된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이제라도 주 안에서 기다림을 배우는 기회를 가지 된 것에 감사하다. 파이팅!!
. 성경이 말하는 형통과 사람이 생각하는 형통이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형통하다'라고 말할 때는 주로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입니다. 실패에 감긴 실이 쉽게 풀려나오듯 하는 일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때 형통하다고 표현하죠. 성경에서 말하는 형통은 다릅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일이 진행되어야 형통하다고 표현하죠. 그러니 성경에 비추어 형통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내가 누리고 싶은 성취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사람의 욕심과 같을 리 없으니까요. 요셉이 이것을 잘 보여 주는데요.(p336-7)
- 요셉이 이집트 총리가 되었을 때 성경은 그를 형통하다고 하지 않았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때가 가장 형통한 때가 아닌가! 성경은 오히려 야곱의 편애를 받으며 위풍당당했던 요셉이 하루아침에 애굽의 노예로 팔려갔을 때에 그가 '형통한 자'라고 한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창 39:2) 이게 말이 되는가? 이해가 되는가? 역사적 신앙관으로 보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불운 중의 불운일 뿐이다.
아무 어려움 없이 만사가 풀어지는 것을 형통이라고 여기고 실제로 그런 기도를 자주 드린다. 하지만 형통은 환경의 좋고 나쁨에 있지 않다. 어떠한 지경에 처하더라도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이 형통의 삶이다.
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씀인가! 신실하신 하나님이 에벤에셀로 지금까지 인도해 주셨고, 임마누엘로 지금 함께해 주시고, 여호와 이레로 앞으로도 책임져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온갖 환난에 포위되어 있을 때에 도 우리는 소리 높여 찬양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환난이 우리 안에 열정 어린 인내를 길러 주고, 그 인내가 쇠를 연마하듯 우리 인격을 단련시켜 주며,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장차 행하실 모든 일에 대해 늘 깨어 있게 해준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롬 5.3-5,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 중에서)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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