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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Sep 15. 2023

#프랑수아즈_사강 작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끔 길을 가다가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는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인스타 인친들 중에는

거의 책을 하루에 한두 권을 읽는 분들이 있다.


연예인 김종국은

일 년에 운동하지 않는 날이

3일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늦은 시간 퇴근을 하고서도

굳이 테니스 연습장을 찾아가서

한게임을 뛰고 와야 잠이 온다는 지인도 있다.


이렇게 뭔가를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은

삶에 활력을 주는 영양소임에 분명하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무기력증에 빠져 자신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망각을 일깨워'주고 있다.


"당신은 지금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라며...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어떤 미소>를 읽으면서 갓 스무 살을 넘은 나이의 젊은 작가가 이렇게 도발적이고 발칙한 소설을 쓰다니, 놀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일까?


'폴르... 서른아홉 해 동안 잡혀진 주름살들... 그녀 자신도 겨우 알아볼까말까하는 어떤 여인으로 가까스로 넘어가는, 다른 폴르의 피부와도 같았다.(p13)' - 나이 들어간다는 것. 점점 늘어나는 주름살들과 희끗희끗 해지는 머리카락들. 삶의 무게와 더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온 것들. 매일매일 나는 낯선 나를 새롭게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이것이 삶이기에.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선배들도 간 길이기에. 설렘 하나만 들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수필가이신 이정림 선생의 번역이구나. 그래서 그런지 한국 소설을 읽는 듯 쉽게 읽힌다. 아직 그분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 책 다음에 읽으려고 이미 준비해 두었다. 이런 우연 같은 묘한 연결을 체험하게 되다니. 이 또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녀는 혼란해졌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p71)' - 이것은 바로 내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것이겠지만 나도 직장 생활을 해 나가면서 점점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퇴직의 그날까지. 의외로 그 텅 빈 공간이 상당함을 깨닫고 놀랄 때가 많다. 지금은 열심히 그것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책만 열심히 읽었던 다독의 습관에서 이제는 일주일에 한 권 정도로 느리게 읽어 가고 있다. 마치 작가와 대면하여 만나는 것 같은 순간이 오면 바로 날 것 그대로 적어 보고 있다. 신선한 경험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다.


갓 스무 살 넘은 젊은 작가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어떤 미소>도 그랬다. 인생을 몇 번이라도 살아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적을 수 없는 깊이의 글이다. 사랑으로 복잡한 관계에 얽힌 남녀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지금도 의문이다.



- 헤리의 외면 일기



그녀는 콘체르토를 걸었다. 처음에는 낭만적인 곡이라고 생각했으나 끝까지 곡을 듣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음악이 그쳤을 때에야 그것을 깨닫고 후회했다. 요즈음 그녀는 엿새에 책 한 권을 읽었지만 그 페이지를 번번이 잊어버렸고 음악도 마찬가지로 잊고 지냈다... 그녀는 혼란해졌다. 자기 자신의 혼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시는 결코 그것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잠깐 그녀는 열어놓은 창 앞으로 가서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이 부시는 것을 참고 있었다. 그러노라니 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하찮은 문구가 갑자기 엄청난 망각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그녀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든 것이, 고의로 피해 왔던 모든 의문들이 말이다.



-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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