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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07. 2019

언어폭력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나에게서 나온다.

언어폭력



'cafe' - pixabay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후배를 만나러 가는 길. 어색한 안부를 물으며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평소의 내 생활에 걸쳐있지 않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대화를 시작하려면 고민이 많아진다. 어떤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면 좋을까? 접점이 없는 서로의 근황 이야기는 꺼내보았자 다시 침묵으로 이어질테고… 그러다 고맙게도 후배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형! 제가 회사생활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사람 문제가 참 어렵네요”



  ‘원래 대인관계가 제일 어려운 법이지.’라고 딱 잘라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뻔한 고민으로 대화를 청해온 사람일수록 일반적인 해법을 처방하은 것은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흔한 내용의 고민일수록 원인에 대해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용기 낸 후배에 대한 내 진지함을 몇 초간의 조용한 침묵으로 표현한 뒤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학창시절 때도 그런 친구 없었는데 회사 동기가 자꾸 짜증 나게 말해요!”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같이 입사한 동기가 자신의 업무와 본인의 업무를 자꾸 비교해가며 후배의 잘못을 자주 지적했고, 동료들 앞에서 무시하듯 자주 욕설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후배입장에서는 매우 분하지만 회사 주변 사람도 있고, 자신이 일을 잘못한 것도 있으니 그대로 듣고 매번 참고 넘어갔다고 한다.      


  자신 스스로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괴로워한다면 ‘너는 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다른 특별한 가치가 있다.’ 내지는 ‘괜한 비교란 너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동이니 그런 말을 들을지언정 마음 상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은 타인이 비교를 강요한 것이다. 그리고 비교가 아니더라도 폭언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당최 그 폭언을 저지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폭언에 노출되었을 때 폭언을 한 당사자를 비판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는 이상한 신념과 두 번째는 싸워서 발생하는 곤란한 상황들이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폭력에도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말과 글이 일종의 호신술이라 믿었다.  호신술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나를 공격하는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 그리고 나의 수양을 위한 것 그래서 내 생각과 인생을 정리하는 수단이자 나의 심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호신술로 말과 글을 적극 활용 해왔다.

돌아보면 언쟁을 통해 단번에 해결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괴롭히려는 상대의 지속적인 의지는 꺾어 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신체에 피해를 주는 폭력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면서도 언어로 하는 ‘폭력’인 언어폭력이 입히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사실 정신은 우리의 몸과 행동을 지배하기에 오히려 더 화내도 모자라지 않다. 참을만한 여유가 있을 때 참는 것은 미덕일 수 있으나 지속적인 고통을 스스로가 외면할 필요는 없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존재이자 자신이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다.



#허름한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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