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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12. 2019

진실이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현실

#더콩그레스 #아리폴만 #로빈라이트 #하비케이틀

1960년 대 후반 폴란드의 소설가 '스타니스와프 렘'은 『미래학 회의』라는 단편을 썼다. 미래학 회의는 마약제조업체가 사랑, 질투, 공포까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되는 사회를 그리는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아리 폴만의 더 콩그레스 이다.


로빈 라이트(역)의 로빈 라이트 모습 - 영화 <더 콩그레스>

  영화 속 주인공 로빈 라이트(역)은 영화배우 로빈라이트가 직접 연기한다. <프린세스 브라이드>, <포레스트 검프> 등으로 만인의 여배우 였던 그녀는 영화 속에서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화려했던 스타의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한편 영화계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배우들의 정보를 스캔해서 데이터화 시킨 후 CG캐릭터로 영화를 찍는 기술이 개발된다. 배우의 연기, 대사 심지어 특유의 감정까지 스캔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로 완벽히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단 스캔한 배우의 캐릭터가 연기한 작품의 저작권이 영화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20년동안 직접 연기를 해서는 안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스캔기술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수단의 직업이 끝나는 것을 넘어 매순간 본인을 증명해 냈던 연기활동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런 배우들의 생각을 알기에 영화 속에서 세계 최대의 영화사인 미라마운트는 디지털 스캔 기술로 영원히 로빈 라이트의 캐릭터와 젊음을 스크린 속에 간직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조심스럽고 달콤한 제안을 한다. 로빈 라이트는는 고민하다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된다. 20년이 지나 미라마운트는 그녀의 캐릭터로 인해 수많은 영화가 흥행 하였고 그덕에 미라마운트가 성장한 것에 감사하며 로빈 라이트를 미래학회의에 초대하게 된다.



로빈 라이트(역)의 로빈 라이트

  영화를 실제처럼 만들어 주는 장치 로빈 라이트(역)에 로빈 라이트 마치 오늘날 어디에서 진행되고 있을법한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그녀가 실제로 출연했던 <프린세스 브라이드>, <포레스트 검프>가 언급되는가 하면, 키아누리브스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이름도 언급된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라 마운트는 오늘날 최고의 영화사로 알려진 미라맥스와 파라마운트가 합쳐진 이름이다. 

  로빈 라이트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여배우이다. 개인적으로 아리폴만이라는 감독 이름값보다 로빈 라이트의 아우라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생각난다. 한 때 세기의 미녀였던 로빈 라이트는 영화 속과는 다르게 최근엔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케빈스페이시와 함께 '냉현한 인간' 케미를 보이고 있다. 기술의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영화 속 여배우의 고민을 관객에게 이입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로빈 라이트의 폭 넓은 연기경력과 수준 높은 캐릭터성 때문이었을 거다.


 

이브라하마 모습 - 영화 <더콩그레스>


욕망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계

  이 영화의 전반부는 실제 로빈라이트가 나오는 실사극 이지만 중반부터는 애니메이션 세상이 된다. 이 애니메이션 세상을 '이브라하마'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애니메이션이 된 사람들은 동경하는 인물이 되는것, 느끼고 싶은 감정만을 느끼는 것, 하늘을 나는 것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발을 들일 때부터 로빈라이트의 눈빛은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이다. 아무래도 스캔기술을 통해 인생의 전부였던 연기를 잃어본 로빈 라이트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욕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허상에서 빠져 나온다는 것은 어떨까? 영화 속 상황이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이라면 매우 고민스울 것 같다. 원래의 모습을 깨닫는 것이 행복할까? 혹은 그런 모습이 비참하진 않을까?라는 끊임 없는 의문 속에 선택을 망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빈 라이트는 허상과 환상을 깨고 현실과 사실을 보라고 외친다.




암울한 진실 세계의 모습 - 영화 <더 콩그레스>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

  로빈 라이트에겐 총 세번의 선택이 주어진다. 첫 번째는 연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영원히 스크린에 남을 수 있다는 제안에 대한 선택이다. 배우는 연기를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살아가는 직업이다. 디지털 스캔을 통해 연기의 저작권을 넘기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직접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접 연기하지 않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을것이냐와 대중의 관심과 무관하게 직접 연기를 계속할 것이냐의 사이에서 배우인 그녀가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선택은 애니메이션이 된 로빈 라이트가 친구 딜런의 도움을 통해 환각의 세계에 남을 것인지 실제의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딜런은 그녀가 환각에서 빠져 나오길 바라면서도 추악한 자기 모습과 세상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가능한 거짓 세계와 불편하지만 진실을 깨닫는 것 로빈은 결국 진실을 선택하게 된다. 진실을 선택하게 된 로빈은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 아직 허상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들은 눈에 초점이 사라지고, 약에 취한 듯 어슬렁거리며 집단배회한다. 현실로 돌아와 아들을 찾기 위해 DR.  바커에게 찾아가지만 엄마인 로빈을 기다리다 아들도 만화의 세계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다.

세 번째 이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뒤바꼈다. 진실이 있지만 아들이 없는 현실과, 허상이지만 아들이 있는 이브라하마 중 로빈 라이트는 다시 소중한 것이있는 허상의 세계를 선택하게 된다.


 

디지털 스캔 중인 로빈 라이트 - 영화 <더 콩그레스>


  실사에 애니메이션이 더한 새로운 장르라 신비했고, 여러 딜레마 상황을 통해 선택을 해야하는 철학을 담은 영화라 신기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디지털 스캔 장면이다. 빛나는 구체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지막 연기를 한다. 그녀가 보이는 웃음, 울음, 몸짓, 표저어들은 암울한 미래를 그린 만화 속 세계와는 달리 살아있다. 미라마운트가 만들어낸 CG캐릭터는 로빈의 캐릭터를 복제할 수 있었지만 온전한 로빈 라이트의 아우라는 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로빈 라이트는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도 니콜라스 케이지도 마찬가지다. 우린 앞으로도 그녀가 혹은 그들이 영화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허구가 아닌 온전한 실체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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