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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14. 2019

여자의 욕망

#테레즈라캥 #엘리자베스올슨 #오스카아이삭 #톰펠튼

  언젠가부터 성욕, 식욕과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대해 문학이나 영화에서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히려 자기 욕망에 대해 주관이 뚜렷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호감형 캐릭터로 거듭나기도 한다.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여전히 광고에서 쓰이고 있는 섹슈얼 마케팅이나 먹방의 열풍을 보면 우리가 왜 열광하는지도 모른 채 이미 우리는 빠져있다.


  하지만 <테레즈 라캥 - In Secret>의 원작 소설인 『테레즈 라캥』을 썼던 에밀 졸라가 살았던 시대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에밀 졸라는 20세기 초 낭만주의 사조에 반대하는 자연주의 소설가이다. 성적 욕망에 대한 솔직함을 작품으로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추잡스러운 문학 취급을 했다.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망하며, 에밀 졸라는 책 서문에 이런 섭섭함을 표현한다.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 원했다. 나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 가는 신경과 피로부터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바라건대 나의 목적이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영화 박쥐(2009)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은 우리나라에선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원작 소설로 더 알려져 있다. 끌어 오르는 욕망 때문에 친구의 아내를 탐하고 결국엔 친구를 친구의 아내와 함께 죽인다는 설정은 파격적이었다. 해외에서도 테레즈 라캥의 이런 설정과 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으로 박쥐를 꼽는다고 한다.


여자의 욕망

  『테레즈 라캥』이라는 작품이 당시 문제작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테레즈의 성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왜 여자는 애정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여성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불륜에 여자가 앞장서 남편을 살인까지 했다는 설정이 비판받았다. 영화에서는 로랑이 욕정을 못 참고 덮치고 불륜을 부추기지만 소설 속에서의 로랑은 끊임없이 테레즈와의 관계를 걱정하고 친구와의 관계를 염려한다. 소설이나 영화 속 모두 테레즈의 한없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테레즈의 욕망은 남자의 지적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남성스러움에 끌리는 여자'의 모습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도 테레즈는 일하고 있는 로랑의 근육질 몸매에 끌리게 되는데 이것은 유약한 남편인 까미유에게 없는 모습이면서 순수한 남성성을 상징한다.



왼쪽부터 로랑, 테레즈, 까미유 순 - 영화 <테레즈 라캥 - in secret>



참으로 행복한 결혼생활

  테레즈와 로랑은 장난스레 '까미유가 죽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리고 까미유는 로랑이 그려준 잿빛 초상화의 얼굴처럼 물속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자! 이제 까미유는 없고, 재혼까지 해 테레즈와 로랑이 그토록 바라던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부부가 되었다.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여기서 '인간의 죄의식'이라는 예상치 못한 파멸의 그림자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서 마음 편히 신혼생활이 가능하다면 사이코나 다름없다. 오히려 그 뒤를 억척같이 잘 산다고 상상해 봐도 영화의 끝이 후련하진 않다. 작가와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살리기 위해 재혼 이후 망가져가는 결혼생활을 비참하게 보여준다.



까미유 라캥과 라캥 부인의 모습 - 영화 <테레즈 라캥 - in secret>


라캥 부인의 눈빛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제시카 램(라캥 부인)의 마지막 눈빛 연기이다. 아들이 테레즈와 로랑에 의해 죽은 사실을 알게 되지만 늙고 아픈 라캥 부인은 그들에게 복수를 할 만큼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결국 죽을힘을 다해 로랑과 테레즈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밝히고 로랑과 테레즈는 궁지에 몰리자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로랑은 청산가리를 테레즈는 치맛폭에 식칼을 가져온 것을 보고 결말이 가까워진 것을 느낀 라캥 부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 둘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라캥 부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들의 복수를 할 수 있어서 기뻤을까? 아니면 아들 같던 로랑과 딸 같던 테레즈가 죽는 게 슬펐을까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둘을 무섭게 노려보던 눈빛은 수많은 감정이 녹아있었다.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했기에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려 한 의미와 크게 다르진 않다. 배우의 연기가 놀라울 만큼이나 뛰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원작에서 주어진 상황이 워낙 훌륭했기에 연기에서의 선택의 폭이 좁았을 수도 있다. <테레즈 라캥 - In Secret>은 우리에게 사랑과 죄의식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사랑과 죄의식 둘 모두 스스로를 옥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P.S 혹자들은 스스로를 옥죄는 것 중 최고는 결혼만 한 게 없다고 한다... 테레즈와 로랑도 연애는 했어도 결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총총..



#허름한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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