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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30. 2019

『녹두서점의 오월』 5월의 광주

#녹두서점 #토크콘서트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518

왼쪽부터 저자 김상집, 김상윤, 정현애 순

  사람들이 집중할만한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쓰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역사를 증언하는 것으로도 멋진 강연과 훌륭한 책이 된다. 그리고 그것의 좋은예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녹두서점의 청춘들』 북 콘서트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에서 어떤 진심을 느꼈다. 책을 읽은 독자였다면 518 민주항쟁을 몸소 싸우고 살아냈던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이었을 테고, 독자가 아니라면 치열하고 참혹했던 현장을 기록하고 증언했던 내용에 대한 놀람이었을 것 같다.




"남편이 잠들기 위해 시계를 풀어놓고서는 시계를 두고 끌려가 버렸어요... 시간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것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일부러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려 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는 비유는 문학적 꾸밈이 아닐지도 모른다. 판타지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사건은 허구지만 인간을 다룬 서사가 있기 때문인데 광주의 5.18은 역사적 사실인데도 현실에 도저히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참혹함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시민과 학생들의 치열함이 하나의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다. 



북콘서트의 모습... 책과 생활 신헌창 선생님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인터넷의 발달 때문인지 비평가와 토론자는 많지만 실천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많은 청년들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흔적들을 보며 '민주화에 있어서 광주에 빚진 것이 많다..."라고 평가하는 청년과 "이제 오월은 이쯤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토론하는 청년은 많지만 '오월정신'에 감명받아  실천하고자 하는 청년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녹두서점의 오월』이 기록한 그시대의 청춘들은 분명한 실천가였다는 사실이다.




  김상윤 선생님이 5.18 민주화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4.3 항쟁, 부마항쟁과는 달리 왜 5.18만 이런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로는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과거에 있었던 호남에 대한 혐오가 5.18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가 5.18을 필요에 의해 자꾸 불러내는 것이지요..."  




  5.18 민주항쟁이 어느새 지역혐오와 국민분열을 위한 수구 우파들의 좋은 명분이 되어버린 것을 안타깝게 여기신 것 같다. 그리고 문득 필요에 의해 자꾸 불러내는 것이 수구 우파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18 최후 격전지인 옛) 전남도청 자리를 아시아 문화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었다. 하지만 전당과 함께 남아있는 5월 어머니들의 농성장을 보면 광주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문화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를 살리는데는 부족했던 것 같다. 다행인 것은 현 정부가 복원 전담팀을 구성하여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잘 복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복원이 '터'에 깃든 오월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라면 어떤 콘텐츠에 어떻게 오월정신을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될 시점이 곧 올 것 같다. 부디 그 시점이 되면 우리도 실천하는 청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녹두서점의 청춘들』 북콘서트


2019.05.29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랄랄라홀에서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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