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인터뷰 <<김혜순의 말>>
텔레비전을 볼 때 늘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출연자들이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꺼내면서 불에 덴 듯 운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살아있는 어머니를 가졌건, 돌아가신 어머니를 가졌건 말입니다.... 엄마와 자식 양쪽 다 죄의식 때문에 그렇게 울게 되지요. 부모는 완벽한 모성을 발휘하지 못한 죄의식, 자식은 모성성을 유감없이, 목숨을 바치도록 발휘해서 희생한 자신의 엄마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말입니다. 모성은 사회적 구성물입니다. 108쪽
우리나라 남성 시인들이 쓴 '어머니'에 대한 시들을 일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밥 해주는, 온 정성을 다한, 희생한, 이제 늙어버린, 그러다가 죽어버린'어머니들이지요. 혹은 전능의 판타지를 장착한 어머니들이지요. 그들은 환상 속에서만 어머니를 위치시킬 수 있을 뿐, 실제의 어머니는 보지 않으려 하지요. 그 남성 시인들은 여성성을 잃어버리거나 숨긴, '새벽 별을 이고 30년을 하루같이'자식들에게 둥근 밥상을 대령한 어머니의 피폐한 노동을 왜 그토록 찬양하는 것일까요? 시마저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듬뿍 품고, 모성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게 만드는지요.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