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끔찍하다는 착각에 빠지는 이유
우리는 매일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 등을 보면서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한다.
TV나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럴 경우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우리가 직접 마주하는 삶의 풍경,
곧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동네 상점 주인, 마트 직원 등과의 상호작용이 전부가 될 것이다.
때로는 작은 다툼도 있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일상이다.
여기서 ‘평화롭다’는 말은,
인생에 큰 충격을 줄 만한 극단적인 사건이 주변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 물론 충격적인 사건들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분들께는 위로를 표한다.)
이제 다시 돌아와
뉴스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세상이 정말 끔찍한 일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진다.
끔찍한 범죄, 가족의 파탄, 이해할 수 없는 인간 군상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부러울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사는 부자들도 많다.
때로는 우리 모르게 음모론적으로 진행되는 일들도 많아 보인다.
더군다나, 알고리즘의 특성으로 인해
내가 클릭해서 본 기사나 동영상과 관련있는
온갖 부정적인 뉴스들을 계속 추천으로 띄우며
내 시선을 계속 사로잡게 만든다.
이런식으로 매일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다보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끔찍하다고 인지하고 해석한다.
결혼에 회의적이 되고, 나의 삶은 보잘 것 없는 흙수저같고, 괜히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내 인생은 희망도 없어 보인다. 헬조선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게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집단 공동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세상이 끔찍하다고 믿기 때문에, 실제 행동이 달라진다.
행동이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실제 행동의 결과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패배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도 부른다.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기대하면,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이 진짜 그런가에 대해 한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
진짜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범죄는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하게 사는가? 많은 자식들이 문제아처럼 되어버리는가?
세상에 정말 부자들이 많은가?
통계를 보면 많은 부분들이 우리가 인지하는 것과 꽤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치안은 전세계 중에서도 꽤 안전한 편에 속한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살인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0.5건밖에 되지 않는데,
이것은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출처: 통계청)
카페에 자기 귀중품을 자리에 두고 자리를 비우는 행위(자리를 선점하는 행위)는
유럽같은 선진국에서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귀중품을 소매치기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을 보면 10억원은 우스운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제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약 10%에 불과하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한국부자보고서)
그렇다면 왜 실제와 인식의 괴리가 큰 상황이 발생하는가?
여기에는 언론의 특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이 생존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언론은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높은 수익을 주는 광고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은 관심을 끌기 어렵다.
다들 그렇게 살기 때문에 그다지 우리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에 이런일이 있나 싶을 정도의 극단적인 사례들을 경쟁적으로 컨텐츠로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자신들의 이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론의 행태를 너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도 인간이고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분명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영향력은 아니다.
언론을 보면 결혼도 지옥이고, 애들도 전부 문제아들 뿐이며, 사기꾼도 많고, 중범죄자들도 많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세상을 편하게 살려면 마치 50억원은 있어야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순자산 30억원 이상도 전체 가구의 1%밖에 안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보들은 진실에 가까운 세상을 인지하도록 하는데 너무나 방해가 되고,
현실을 왜곡하는 악영향을 미친다.
난 언론이나 통신매체들에서 이야기하는 정보들을 너무 확대해석 하지 않는다.
그 사례들이 세상을 정말로 대표할 정도로 흔한 일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부풀려서 어그로를 끄는 건 아닌지 계속 의구심을 갖고 보는 것이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실제 세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균형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세상엔 언제나 문제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고,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상식적이며 괜찮은 존재들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
당신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