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당신도 모르게 '레벨업'하는 순간이 있다.

같은 풍경이 전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는가?

by 헤르메스의 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낀다.

매일 마주하던 풍경이 점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일상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세상이 왜 자꾸 달라져보이지?”


학창 시절, 내 세계는 단순했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 아이돌 이야기,
대학 진학과 취업, 연봉 같은 미래 고민이 전부였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인간관계,
회사 구조,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
언론이 회사를 다루는 방식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씩 관심이 확장되며,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다.


월급이 쌓이고, 자산에 관심이 생기면서
또 한 번 세계가 넓어졌다.


주식과 부동산,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
그리고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정보들이
하나둘씩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후,
전혀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열렸다.


육아, 교육,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위험,
복지 시스템, 출산율 뉴스의 맥락들까지—
이제는 내 삶과 직결된 중요한 현실로 다가왔다.


삶의 변화는 내 관심사를 계속해서 확장시켰고,
그 확장은 곧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관심의 지평이 넓어질수록,

세상은 다층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무심히 넘겼던 뉴스가
이해관계의 복잡한 퍼즐처럼 다가왔고,

길거리의 평범한 풍경조차
누군가의 노동, 자본, 정책의 산물처럼 보였다.


같은 공간에 살아도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

세상은 점점 더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한번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인지하게 되면

이제부터는 무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마치 레벨업을 하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이런 변화는 내 감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이유 없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왜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그 중에는 분명히 나와 맞는 세계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사실이 내게 희망을 준다.


세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나’라는 존재를 다시 보게 됐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나는 나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진로와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애써 준비하던 시험을 망친 날.
그 일은 내 능력에 대한 의심과

자존감 하락이라는 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불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집에서 엄마가 “밥 먹어”라고 말했을 때
짜증을 내고, 역정을 부리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밥 먹기 싫다는데 자꾸 먹으라고 하니까 짜증 나잖아!”


실제 원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감정이 엉뚱하게 표출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내 감정의 진짜 정체와,
그 감정이 생긴 배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몰랐던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 세계의 확장과
내면 세계의 탐색이 맞닿는 그 지점—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세계’는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더 관찰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넓히면 된다.


그렇게만 해도
무궁무진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요즘 내 삶은 한층 즐겁고 생기 있다.
예전엔 재미없고 막막하게 느껴졌던 일상도,
지금은 신기하고 궁금한 일들로 가득하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때로는 두렵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나’와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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