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장하고 있는 걸까, 그냥 소모되고 있는 걸까?

직장, 안정, 그리고 진짜 나에 대한 질문들

by 헤르메스의 편지

‘안정’은 나를 지켜주었고,
‘성장’은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둘 사이에서 오래 머뭇거리고 있다.


번듯하고 탄탄한 직장을 다닌 지난 십여 년,
나는 안정된 삶을 누렸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예측 가능한 커리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


흔들림 없는 기반 위에서
나는 삶의 크고 작은 결정을 조심스럽게 조율해왔다.
‘그래도 안정이 최고야’라는 말을 곱씹으며 말이다.


한동안 나는 그렇게 믿었다.
회사에서 승진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
그것이 곧 '성장'이라고.


다른 가능성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 한켠에서 이상한 기척이 일었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인가?”
“나는 이 구조 안에서 진짜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대로 시간을 맡겨도 괜찮을까?”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나에게 주어진 직장에서의 미션을 수행해가며,
말없이 나에게 요구된 책임을 감당해왔다.
나의 이기심이나 잘못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불안해하는 날들도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정작 나라는 사람이 품고 있던 진짜 목소리는 점점 사라졌다.


일을 잘해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누구에게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존재가 아닌 역할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나는 점점 희미해졌다.


직장은 분명 나에게 ‘안정’을 주었지만,
그 안정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믿고 있었던 회사에서의 ‘성장’은
나의 영혼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대가로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묻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성장이란,
정말 ‘승진’ 그 자체일까?


물론 회사에 있는 이상,
나는 여전히 승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영혼의 빛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은데,
그 대가마저 없다면 대체 무엇을 위한 삶인가.


하지만 나는 더는 영혼을 잃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의 빛을 더 선명하게 밝히고 싶다.
그 빛이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어디에서든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세상을 더 깊이 알고 싶다.
더 넓은 시야로, 더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를 명료하게 자각하고 싶다.


진짜 나의 모습으로 세상과 교류할 때 나타나는 피드백은
내 영혼에 대한 세상의 응답이다.


그 반응이 선명하게 커질수록

나는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진정한 성장은 언제나 불확실성과 함께 온다.
지금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고,
익숙했던 평판이 바뀔 수도 있다.
때로는 실패도 감수해야 한다.


‘안정’과 ‘성장’은
늘 서로를 밀어내는 듯 보인다.
하나는 다른 하나의 적인 양.


안정을 택하면 성장은 느려지고,
성장을 선택하면 안정이 흔들린다.


나는 두 가치를 동시에 붙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하나를 내려놓으라고 말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지금의 나에게 더 절실한 건 무엇인가?”
“나는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
“회사에서 나의 영혼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아직은 답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이 질문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더 깊은 나를 만나고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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