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절대로 현혹되지 마시오.
얼마 전 방송프로그램인 '이혼숙려캠프'에서 나온 사례 하나가 내 마음을 묵직하게 때렸다.
처음에는 너무도 명확해 보였다.
남편은 폭력적이고, 충동조절이 어렵고, 아내 몰래 숨겨둔 빚까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생각했다.
‘이건 누가 봐도 아내가 피해자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남편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인격을 짓밟은 것은 오히려 아내였다.
언어폭력, 쌍방폭행, 반복적인 심리적 압박… 피해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가해자였다는 반전.
충격이었다.
비슷한 경험은 내 직장에서도 있었다.
예전에 A회사라는 곳이 나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자료도 갖췄고 논리도 있었고, 무엇보다 간절했다. 나는 그 말들을 믿었다.
그래서 상사에게 이 문제를 조정하자는 보고서를 쓰고 보고하려던 찰나,
고참 선배가 나를 막아섰다.
“그 말, 다 믿지 마. 거짓말일 수도 있어.”
처음엔 의아했다.
근거도 있고 정황도 분명한데 왜 거짓말이란 걸까?
하지만 선배의 조언대로 반대편 B회사의 입장을 들어보니 진실은 완전히 달랐다.
A회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교묘하게 편집해 낸 것이었다.
더 과거로 돌아가 사건의 시작을 살펴보면,
오히려 억울한 쪽은 B회사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진실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사람은,
진실보다 '감정에 더 쉽게 흔들린다'는 것도.
나조차도 그렇게 속을 줄은 몰랐다.
나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한다고 믿었으니까.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타인은 참 믿지 못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사람을 무조건 의심하며 살 수도 없다.
세상 모든 말을 검증하고 반박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너진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걸 의심하고 검증할 만큼 내 시간과 에너지가 많지도 않다.
그러니 평소엔 어느 정도 속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다르다.
내 목돈이 들어가는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주어야 한다든지,
결혼 상대자를 선택해서 만나야 할 때,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처리한다든지 등등.
그 순간만큼은 철저하게 의심하고,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
다음은 내가 얻은 교훈이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다음 내용들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맥락과 배경, 과거 사건까지 살펴보라.
그 사람과 반대편인 입장(이해관계 상충)도 꼭 들어라. 한 사람의 말만 믿는 건 위험하다.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들이 진짜 객관적인지 따져라.
언론 기사, 통계, ‘누가 그러더라’ 식의 말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없고 신뢰할만한 제3자(전문가 등)의 판단을 들어보라.
이 모든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한 문장이 있다.
영화 곡성에서 무당 일광(황정민 배우 역)이 했던 대사다.
“내 말 잘 들어. 그 여자가 하는 말 믿으면 안돼. 절대, 절대 현혹되지 마소.”
그러나 그 무당이야말로 믿지 못할 사람이었다는 반전은 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말을 믿고 있는가?
그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 정말 진실일까?
혹시, '감정이 만든 이야기'에 내가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