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호의'를 베푸니 '호구'로 아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무례한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

by 헤르메스의 편지

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나에게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다.

웃기지도 않은데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실실 웃는 버릇도 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남을 무례하게 공격하는 것을 싫어할 뿐더러 행동하기도 어려워한다.


나는 직장에서 공격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격받는 경험이 더 많았다.


그런 면이 어떤 이들에게는 나약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꽤 괜찮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배려하며 살아간다는 건 나름의 힘이기도 하니까.

직장에서 적을 만들지 않고, 내 우군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랑 비슷하게 친절한 사람들과는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룬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평화롭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엔 무례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호의를 보이고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나만큼 또는 나보다 더 따뜻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는 정말 잘 지낸다.
내가 더 고마워져서 더 베풀고 싶고, 함께 일할 때에도 시너지가 난다.


두 번째, 뚱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무례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예전엔 이런 반응에 서운해했지만, 이젠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베푼 만큼 반드시 돌려받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다만 나도 이후에는 그들에게 호의를 잘 베풀지 않게 된다.


세 번째,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

가장 문제인 유형이다.
내가 착하게 대하면 오히려 약점이라 여겨 선을 넘는 사람들.
특히 직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본인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호의적인 사람을 호구로 만들려고 한다.


처음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나를 묘하게 깔아뭉개는 발언을 들어도 멍하니 웃기만 했고,
지시할 위치도 아닌데 은근슬쩍 나에게 일을 시키면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주곤 했다.


“ㅇㅇ씨, 물 좀 줘요.”
이렇게 실수하시면 어떻게 해요? 빨리 제 자리로 한번 와주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색하게 웃으며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점점 더 그들은 선을 넘었다.
분명 상하관계도 아닌데(때로는 나보다도 직급이 낮으면서),

마치 상사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 방식대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누가 자기가 쥐고 흔들 수 있는 호구인지 잘 파악한다.
그리고 입사 초반에 나는 그들의 농간에 놀아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호구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 챈 순간,

내가 너무 부끄러웠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 다음부터는 마음을 굳게 먹고, 내 행동을 바꾸기로 했다.
내 기질이 바뀌진 않더라도, 내 방식대로 주도권을 되찾기로 한 것이다.


다음은 내가 고민한 나만의 전략들이다.


우선 실시간 말싸움으로는 천성적으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전략적인 침묵을 유지한다.
무례한 말을 들으면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절대 웃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색함을 못 견뎌 실실 웃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만든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


그 다음엔 짧게 한 마디만 던진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제 상대는 변명을 시작해야 한다.
자기 딴에 좋게 말하려고 머리 속에 계산이 돌아가게 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는 다시 조용히 말한다.

“아, 네.”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뜬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불쾌하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다.
그 뒤로는 상대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만만하지 않다는 걸 인식한 것이다.


그래도 또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교묘하게 일을 시키며 주도권을 잡으려 드는 사람들.

그럴 땐 절대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물을 달라면,

“에이~ 직접 드셔야죠. 저 지금 바빠서요~”

자기 자리로 오라면,

저보고 오라구요? 일단 상황 좀 보고 다시 이야기해요.”


이처럼 내 업무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응대한다.
"나는 당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전략도 있다.
한 번은 나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사람을 당황시키는 말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이 불쾌해해서 길길히 뛰면 한 마디 툭 던진다.


“저한테는 그렇게 말씀 잘하시더니 본인은 왜 이렇게 예민하세요~”


그 말 한 마디면 끝이다.
그 이후엔 그 사람과 교류가 끊기겠지만, 그게 오히려 내 인생에서 더 좋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호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같이 전달할 수 있다.


사실 마지막 전략까지 쓸 일은 거의 없다.
그 이전에 눈치를 채고 그들은 나를 피한다.
내가 더는 그들의 먹잇감이 아님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건 나의 장점이고, 나를 따뜻한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다리다.
그리고 동시에,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할 사람인지 가려내는 좋은 거름망이기도 하다.


호의를 베풀었더니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내 방식대로, 주도권을 지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만의 직장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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