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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26. 2019

나의 글이 제자리였던 이유

볼링 레인에 커튼을 치고 공을 던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글쓰기보다 구독자수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쓴 글을 돌아보니 구독자는 늘어나지만 공유되거나 회자되는 경우는 없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사람들을 잘 낚아 올렸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허탕이라는 말과 비슷해 보였다.

알맹이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을 써야 구독자가 모이는 것인데 좋은 글이라는 원인보다 구독자라는 결과에만 집중한 셈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써낼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제프 콜빈 지음)을 펼쳤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피드백 없는 연습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커튼 뒤에서 볼링공을 던지는 것과 같다. (p.111)


내 글쓰기가 제자리였던 이유가 이거였다. 매일같이 글을 썼다. 하지만 되돌아보지 않았다.

볼링공을 열심히 던졌지만 그 공이 도랑으로 빠지는지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지 않은 채 그냥 냅다 던지기만 한 셈이다. 그러다 운이 좋아 핀이 맞으면 쓰러지는 주먹구구식으로 글을 써온 셈이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글 쓰기 사례가 나왔다.

나는 분명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다시 찾아보았다.

[프랭클린, 위대한 생애](벤저민 프랭클린 지음, 최종률 옮김)

벤저민 프랭클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문장을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의 자서전을 여러 번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된 내용이 어느 부분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내 머릿속 기억은 그냥 백지였다. 잠시 글자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난 간 셈이다. 한참을 뒤적이다가 42페이지부터 44페이지까지 나온 내용을 다시 보았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2가지 글쓰기 단련 방법] 요약

1. 책 몇 페이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후 며칠 뒤 비슷한 분량의 글로 만들어낸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전체적인 큰 줄기는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표현이나 글의 흐름 등은 직접 써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특히나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렴풋한 인식이 더 생각을 망쳐놓는다. 차라리 모르는 것은 다시 찾아보면 되지만 약간의 친숙함은 마치 그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를 다시 인출해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단어로 글을 재생해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원문과 비교해보면 어떤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지, 표현은 잘 되었는지 셀프 피드백을 해 보는 것이다. 마치 백지 공부법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끄집어냄으로써 진짜로 알고 있는지와 함께 자신의 표현력도 점검해 보는 것이다.


2. 책 내용의 작은 줄거리를 요약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섞은 후 며칠 뒤에 다시 배열해 본다.

표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글의 구성 능력이다. 어떻게 글을 전개해 나가느냐에 따라 글의 맛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원래 저자가 썼던 글의 소단원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여 흩어놓는다. 그런 다음 원래대로 배열해 봄으로써 작가가 가진 구성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다. 원래 저자와 자신의 결과물을 비교라는 피드백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나도 프랭클린의 방법을 따라 해 보기로 하고 글 쓰기 책 하나를 주문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듣다 보면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글쓰기의 시작부터 어떻게 쓸지에 관해서 쓴 내용이었다. 원래는 우리나라 말로 작성된 책을 찾아보려 했는데 마땅한 책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진 책의 90%가 번역서라 한글로 베낄만한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리보기를 통해서 주문할 책의 내용을 보니 글쓰기에 관한 조언과 함께 읽어볼 만해 보였다.

번역서라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프랭클린이 했던 두 가지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따라 해 볼 생각이다.


구독자에게 민폐가 끼치지 않는 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쓴 글 하나로 괜히 다른 이의 소중한 인생이라는 시간을 잡아먹는 글은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읽힐만한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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