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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28. 2019

주말 아침 과식자

공식적으로 늦잠이 허용되는 일요일 아침

나만 혼자 운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왔다.

빨리 일어난 아들 딸에게 아침 메뉴를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시리얼, 딸은 빵을 외친다.


나는 밥을 먹을 생각이라 자리에 앉았다,

아이들도 함께 먹는다면 계란 프라이 부쳐서 하나 올려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혼자 먹자고 프라이팬을 꺼내려니 귀찮아 그냥 있는 대로 먹기로 했다.


아침 허기가 많이 느껴져 밥그릇 대신 국그릇을 꺼냈다.

탱글탱글한 율무가 들어간 밥을 퍼 올리기 시작한다.

두 세 숟갈이면 될 줄 알았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다 국그릇에 반 가까이 차올랐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잘게 썬 신김치가 보인다.

살짝 시큼 달달한 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옆에 보니 어제 아내가 잔뜩 볶아둔 무나물이 보인다. 달콤 쌉싸름한 무나물도 양껏 집어 그릇 위에 올린다.


잘 비벼줄 녀석을 찾던 중 볶음 고추장이 보인다.

밥 푼 숟가락으로 풀 수 없는 노릇이니 새 숟갈을 하나 꺼내 가득 담아 올린다.


이제 비빌 시간이다. 그다지 들어간 것도 없는 대충 비빔밥인데 잘 섞이라고 젓가락으로 비벼본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아 숟가락으로 쓱쓱 다시 비빈다. 조금 뭉개지면 어떠하리? 뱃속에 들어가면 모두 하나가 될 텐데.

고추장을 뒤집어쓴 녀석들이 먹음직스럽다.


냄비 안에 들어있던 상추도 꺼내어 비빔밥을 올려 싸 먹는다.

애들은 대체 그게 무슨 맛이냐며 도무지 이해 못할 사람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너도 나중에 이 맛을 알 것이다’

이 말이 하고 싶지만 모른 체하고 식사를 계속한다.


어느새 비빔밥이 뚝딱 사라져 버렸다.

밥을 국그릇으로 한 대접이나 먹었는데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

월남쌈을 싸 먹고 남은 사과채를 꺼낸다.

젓가락으로 하나둘씩 집어먹다 보니 이내 바닥을 드러낸다.


냉장고계의 진공청소기가 되었는지 주말 아침부터 잠재된 식욕이 무한으로 터져 주신다.

이러다 운동으로 다이어트는커녕 살찐 돼지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아침상을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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