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와 21세기의 고민
p.16 '이것과 저것' 중
내게 없는 물건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저것'이라 한다. 내게 있는 것은 깨달아 굽어보며 '이것'이라 한다. '이것'은 내가 내 몸에 이미 지닌 것이다. 하지만 보통 내가 지닌 것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람의 뜻은 성에 찰 만한 것만 사모하는지라 건너다보며 가리켜 '저것'이라고만 한다. 이는 천하의 공통된 근심이다.
(중략)
천하에 지금 눈앞의 처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하지만 백성들은 오히려 높은 집과 큰 수레에 목말라하고 논밭에 애태우며 즐거움을 찾는다. 땀을 뻘뻘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죽을 때까지 미혹을 못 떨치고 오로지 '저것'만을 바란다. 하여 '이것'이 누릴 만한 것임을 잊은 지가 오래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소원은 비슷했나 보다.
큰 집과 큰 차를 갖고 싶어 하고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몇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는 기껏해야 동네 부자와 비교를 했지만 이제는 정보의 소통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전 세계 부자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위자료를 몇십 조씩 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과연 저 돈은 얼마만큼의 크기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 역시 우리 눈 앞에 있는 '이것'은 등한시한 채 갖고 싶은 '저것'만을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지닌 것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내게 있는 것을 깨달아 굽어 보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