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에도 냄새가 있다면
엘리베이터에 한 남자가 오른다.
신문이 가득 실린 카트를 밀고 있다.
족히 수 백장은 되어 보인다.
카트를 밀 때 튀어 오르는 팔뚝의 힘줄에서
신문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 층을 오르자 그는 신문이 실린 무거운 카트를
밖으로 밀어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가 가져간 신문들은
다시 이곳저곳으로 배달되겠지.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난 자리에서
신문의 냄새가 난다.
신문으로 쓰인 종이의 냄새인지
아니면 활자를 인쇄하느라 쓰인 잉크의 냄새인지
신문 사이에 끼어진 광고 전단지의 냄새인지
알 길이 없다.
카트에서 나는 특유의 철 냄새와
신문을 나르며 힘을 쏟았던
그 사람의 땀 냄새도 얼핏 지나간다.
밀폐된 공간의 엘리베이터 공기 냄새도
함께 뒤섞인다.
문득 지식에도 냄새가 있다면
어떤 냄새가 날까 생각해 본다.
아침 신문에서 나는 냄새를
지식의 냄새라 할 수 있을까?
세상의 흐름을 눈이 아닌 냄새로 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떠올려 보았다.
신문에 실린 지식을
코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신문이라는 매체는 좋은 냄새보다는 나쁜 냄새를 더 많이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쉽게 지치는 후각은 좋은 냄새를 맡기도 전에 나쁜 냄새에 지쳐버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나마 눈은 피로를 몰라서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다.
지식을 코가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신문이 잠시 지나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신문의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