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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06. 2019

아침 신문의 냄새

지식에도 냄새가 있다면

엘리베이터에 한 남자가 오른다.

신문이 가득 실린 카트를 밀고 있다.

족히 수 백장은 되어 보인다.

카트를 밀 때 튀어 오르는 팔뚝의 힘줄에서

신문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 층을 오르자 그는 신문이 실린 무거운 카트를

밖으로 밀어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가 가져간 신문들은

다시 이곳저곳으로 배달되겠지.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난 자리에서

신문의 냄새가 난다.

신문으로 쓰인 종이의 냄새인지

아니면 활자를 인쇄하느라 쓰인 잉크의 냄새인지

신문 사이에 끼어진 광고 전단지의 냄새인지

알 길이 없다.

카트에서 나는 특유의 철 냄새와

신문을 나르며 힘을 쏟았던

그 사람의 땀 냄새도 얼핏 지나간다.

밀폐된 공간의 엘리베이터 공기 냄새도

함께 뒤섞인다.


문득 지식에도 냄새가 있다면

어떤 냄새가 날까 생각해 본다.

아침 신문에서 나는 냄새를

지식의 냄새라 할 수 있을까?

세상의 흐름을 눈이 아닌 냄새로 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떠올려 보았다.  

신문에 실린 지식을

코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신문이라는 매체는 좋은 냄새보다는 나쁜 냄새를 더 많이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쉽게 지치는 후각은 좋은 냄새를 맡기도 전에 나쁜 냄새에 지쳐버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나마 눈은 피로를 몰라서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다.

지식을 코가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신문이 잠시 지나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신문의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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