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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01. 2019

타인의 박자에 맞춰 걷는 일

#1

성큼성큼 걷는 나를 아들과 딸이 뒤따라온다.

나는 천천히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딸이 따라오기 힘들었는지

“아빠, 천천히 가”를 연신 외쳐댄다.


#2

좁은 골목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여럿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걸어가기에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가야 한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울화가 치민다.


자꾸만 참을성이 줄어드는 것일까?

나의 보폭

나의 걸음걸이로 자꾸 생각을 하게 된다.

배려와 여유가 있어야 어른이 되는 법인데

자꾸만 욕심이 치고 올라온다.


그렇게 자꾸만 생각이 남에게로 향할 때

한 가지 방법을 쓴다.

그건 바로 내 걸음걸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팔자로 걷는 걸음걸이를 일자로 바꾸고

턱은 몸 쪽으로 당기고

배는 살짝 짚어 넣고

허리는 바로 세우고

발바닥부터 디디며 걸음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관심이 내게로 향해 있어

다른 이를 향한 비난은 사라지고 만다.


자꾸만 타인에 대한 비난의 욕구가 일어날 때

그때가 바로 나를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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