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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03. 2023

나이가 얼굴에 선을 긋는다.

선에 따라 바뀌는 인상

  아침 출근버스를 탔다. 유난히 앞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아주 눈에 띄었다. 버스 안에서 얼굴을 1/3쯤 가린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눈을 가렸지만 선글라스 옆으로 축 처진 입꼬리가 심술보를 한 움큼 쥐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얼굴에 가득한 살이 이상하게 탐욕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을 잘 그리지는 못하는 편이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다 보면 선 하나만 달라져도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주름 하나가 그림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데일 카네기의 그림에서 주름은 거의 없이 그렸다. 카네기의 나이와 상관없이 그렇게 나이가 든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름이 하나만 늘어도 사람의 인상이 바뀐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다 보면 선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인상이 좋아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화가 많이 난 사람처럼 그리려면 이마에 잔뜩 선을 그어주고 8 자 주름을 깊게 그려줄수록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그 사람의 얼굴을 머릿속 스케치북에 옮겨본다. 문득 나는 타인의 얼굴을 보며 내 얼굴에 어떤 선을 긋고 있는지 버스 창문에 비친 자화상을 보았다. 입꼬리와 눈꼬리가 과연 웃고 있는지 심술보가 가득한 선인지?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하나의 부담처럼 느껴진다. 20년쯤 뒤에 나의 자화상을 그릴 때는 인자함이 가득한 얼굴이 되겠지? 그때까지는 마음을 조금 곱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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