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딸이 종이를 내민다.
학교 방학숙제로 미술활동을 한다며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게 제목이 뭘까?
글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내가 보기에는 낙서 같아 보이는데
무슨 추상화인가 싶었다.
“아빠 모르겠어?”
딸아이가 답답하다는 듯 물어본다.
그러더니 종이를 뒤집어 답을 보여준다.
제목은 “죄”였다.
“언제든지 흥청망청 노는 사람한텐
감옥문이 열려있기 따름이다.”
물론 내용은 이해가 되었다.
게으른 이에게는 지옥문이 열려있다는
딸아이의 심오한 뜻.
초등학교 3학년이
저 뜻을 알고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 글귀를 보니
내가 더더욱 게으름은 못 피우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