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어?”
딸이 저녁을 먹다 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그때는 사랑했으니까”
약간의 씁쓸함을 머금고 답했다.
“그럼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 녀석 약점을 계속 파고든다.
“사랑해야지.”
짐짓 괜찮은 척 대답한다.
“형제끼리 왜 이래!”
옆에서 듣던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를 던진다.
“생각났다.
엄마가 아빠 어릴 때는
많이 웃어주고 긍정적이었데”
딸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너희들 키우느라 아빠 표정이 이렇게 된 거야!”
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족이 된다는 건
그저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비상식적이고
나를 희생해야 하고
이익보다 손해가 더 많은 일이지만
피로 엮여 있는 관계이기에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다.
딸아 아직 너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
하지만 삼십 년쯤 지나면
너도 이런 아빠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될 거다.
세상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