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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28. 2019

빗줄기의 누명


집에 가기도 바쁜 퇴근길
굵은 빗줄기가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내리는 비가 사람을 때리는 것도 아닌데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짜증이 묻어난다.

버스 정류장 앞에 버스가 멈춰 선다
출입문 앞까지 그득히 들어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타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광둥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말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지 못한
홍콩 할아버지의 인상과 손짓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다

‘뒤에 공간이 있는데
사람들은 버스 앞쪽에만 서 있어.
그러니 우리가 못 타지’

평소 같았으면 조금 늦게 타도
그려려니 했을 텐데
비가 온 다는 이유로
홍콩 할아버지의 눈썹은
저만큼 올라가 있다.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내리는 비는 아닌데
빗줄기가 애꿎게 이래저래 욕을 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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