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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13. 2019

홍빠오의 계절

나에게는 왜 넉넉함이라는 단어는 없을까?

새해가 지났다

우리나라는 설날에 세배를 하고 신권을 주듯 홍콩에서도 역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권을 준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직장의 고용인이 피고용인에게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여러 곳에서 신권을 주는데 홍콩에서 "홍빠오(红包)"라고 부른다.

돈을 담는 주머니가 붉은색이라 그렇게 부른다.

보통은 빨간색 봉투에 담아서 주지만

다른 색깔인 경도 간혹 있다.


우리나라가 세뱃돈을 설날에만 주는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설이 지난 후 10일이 지난 기간까지 홍빠오를 준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출입문에 서 있는 가드에게도 홍빠오를 주기에 평소에는 안 보이던 가드까지 계속 바꾸며 서 있다.

거주자들이 가드에게 홍빠오를 주는 기간이 이때뿐이니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내가 신권을 바꿔달라고 했다.

주변 아이들에게 나눠준다며 홍콩 50달러(한화 7,300원 정도) 짜리를 가져다 달라했다.

나는 아이들 10명 미만에 가드 2,3명이면 충분할 듯하여 10장을 바꿨다.

하지만 아내는 좀 넉넉히 바꾸지 딱 맞게 바꾸냐며 타박이다.

신권과 봉투

신혼 시절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을 했었다.

"당신이 밥을 하면 정말 딱 2그릇을 퍼 놓고 나면 남는 밥인 한 톨도 없네"

그랬다.

나는 정확하게 계량컵으로 딱 2컵에 맞는 양으로 밥을 했다.

밥이 남는 게 싫었고 정확하게 먹을양만큼 남기지 않게 하는 것이 좋았다.

나는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내가 말한다.

"어쩌면 딱 밥을 한 끼만큼 하시는지 배가 고파도 더 먹겠다는 얘기를 할 수 없네"

"다른 사람이라도 오면 밥 굶어야 되겠다"

밥 한 그릇에 못내 서운해했다.


생각해보니 습관이기도 하고 약간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20대부터 가계부를 쓰다 보니 원단위로 잔액을 맞추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직장 내부의 전산시스템은 금액의 합이 맞지 않으면 수록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원 단위라도 틀리면 에러가 발생해서 늘 마지막 자리까지 맞추는 버릇이 생겼다.


아마도 그런 환경 때문에 어떤 것이든 딱 맞추어 쓰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너무 야박하다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나는 언제쯤이나 여유를 가지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


돼지해를 맞은 홍콩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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