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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13. 2019

나를 갉아먹지 않으려면

나쁜 습관 버리기

동료 한 분이 고민을 이야기했다.


운동도 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직원들에게 화를 낸다.

탄산이나 과자를 입에 달고 산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말을 잘하고 싶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싶다.

미래를 위한 나만의 취미가 하나도 없다.

주변 환경이 너무 어수선하다.

책을 읽고 싶은데 손에 가지 않는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를 더 이야기했었다.

거의 10가지가 넘는 고민거리였다.

그분은 모든 습관을 한 번에 다 고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치려는 것은 아무것도 고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고민을 생각 대신 형태를 가진 글자로 표현해보자


일단은 자신의 행동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칭찬을 해 주자.

최소한 변화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변화시키는 그런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은 없다.


의사가 당신에게 “앞으로 살 날이 1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라고 해도 이 모든 습관을 한 번에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습관은 몇 년의 시간에 걸쳐 자신의 경험이 누적된 것이기에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일단은 자신에 대한 불만을 말이 아니라 노트에 적게 했다.

머리에서 떠도는 추상적인 생각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활자화된 문자 형태로 정리하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줄어들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난 한 놈만 팬다.


이제 버려야 할 고민을 적었으니 하나를 골라야 한다. 제일 버리고 싶은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지만 의지력이 부족한 그분을 위해 방식을 바꿨다.


내 생각에 제일 효과가 좋은 부분은 운동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의지력이 상당히 필요하다.


그래서 제일 바꾸기 쉬운 탄산으로 정했다.

오후 시간에 마시는 탄산음료를 없애는 것으로 목표를 정하게 했다.


유익한 대체재를 찾는다.


사람들은 금연을 하기 위해서 니코틴 패치를 붙인다. 담배에서 얻는 니코틴 대신 패치라는 대체재를 통해 니코틴을 얻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탄산음료를 바꾸는 행동 설계를 해 보았다.

보통 오후 4시쯤 콜라를 찾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기에 콜라를 대체할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콜라를 대신 시원한 물이나 그것도 안된다면 최소한 당분이 포함되지 않은 탄산수를 마시게 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바꾸다


문득 왜 오후 4시가 되면 탄산음료를 찾는지 물어보았다.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의 공복감, 업무로 인한 피로감 등이 원인이었다.


공복감을 달래기 위해 3시 정도에 견과류를 섭취하도록 했다. 지친 뇌의 기분 전환을 위해 3:30쯤 주변 공원이나 안된다면 사무실 복도라도 돌아보라고 권했다.

즉 자극 자체를 바꿔서 그에 해당하는 반응 역시 바뀌게 했다.


습관의 경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습관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달력에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은 날 x 표시를 하게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실행하고 나면 더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좋은 습관을 계속 끌어갈 수 있다.


보상과 강화


좋은 습관을 한 달 정도 잘 해냈다면 자신에게 작은 상을 주자. 그렇게 상을 목표로 자신이 더 잘 해내고자 하는 의욕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간다.


악성 채무자의 빚 상환 프로그램에서 습관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악성 채무자는 빚이 너무 많아서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했다. 그 상황에서는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 있고 갚을 의욕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가가 추천한 방법은 원금이 제일 작은 빚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즉 높은 이율이 아닌 원금이 낮은 빚을 상환하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채무자 자신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과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었다.


내 생각엔 나쁜 습관 역시 다중 채무와 같아 보인다.

나쁜 습관이 많다는 이야기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로 보였다. 사소한 나쁜 습관을 바꾸는 작은 경험을 통해 자신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작은 동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해 보였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 중 그 누구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위인들의 전기를 보아도 신이 아닌 이상 다들 작은 약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하루에 한 발짝씩 나아지다 보면 죽기 전에는 그나마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동료에게 조언을 건네며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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