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이
유실물'은 '잃어버린 물건'을 이르는 말이지만, '분실물'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물건'을 뜻합니다
-국립국어원 상담사례
지하철 빈자리에 앉았다. 오른쪽에는 여자분이 왼쪽에는 남자분이 앉아 있었다. 두 분이 모르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한 이십여분이 흘렀는데 잠시 내가 책을 읽느라 상체를 기울인 사이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종로 5가에서 내려”
무뚝뚝한 남자분의 말에 여자분은 “응”이라며 짧게 대답했다.
"애 아빠랑 가고 있어"
여자분의 신경질적인 전화 통화 한마디가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나는 전 정거장인 종각에서 내려야 했기에 먼저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면 두 분이 붙어 앉을 줄 알았는데 귀찮은지 둘 다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부부의 사이에 앉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있어 ’ 사랑’이란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분실물인지 아니면 되찾아 와야 하는 유실물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유실물 센터'에서 주인을 찾다가 결국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지하철 광고판을 보며 그들의 잃어버린 사랑을 되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