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31. 2019

탐욕이 질병을 부른다.

배신

  필리핀 영어 선생님의 눈이 어두웠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 피곤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통해 마주했다.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을 하자고 했지만 슬픔이 가득한 눈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You look so sad. What's wrong?"

  


  필리핀 선생님은 처음부터 스카이프를 통해 영어 수업을 할 생각은 없으셨다고 했다. 필리핀에 온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스카이프를 통해 수업을 하자고 제의를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수업을 하게 된 이후로 이 아주머니가 여기저기 소개를 시켜주어 지금은 일주일에 거의 2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계신다.

  어떻게 보면 필리핀 선생님에게 한국 아주머니는 첫 고객이자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준 사람이기에 늘 고마워했다. 그러다가 그 아주머니가 몇 년 전 암에 걸렸고 수업보다도 건강을 더 먼저 묻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했던 그 아주머니는 선생님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파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그러려니 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중 일부는 필리핀 선생님에게 수업료를 보낼 수 없어 이 아주머니가 대신 송금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주머니가 돈을 송금하다가 천원이 조금 넘는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선생님에게 화를 내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 작은 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아파서 그런 것이겠지라며 이해를 하려고 했단다.


  며칠 전 수업을 하다 다른 학생에게 의외의 한마디를 듣게 된다. 시간당 8천 원의 수업료를 받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아주머니가 스카이프 수업을 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영어 선생님이 시간당 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의 부모는 그 아주머니에게 오래전부터 시간당 만원씩 계산을 해서 수업료를 보내줬다고 한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아주머니가 차지하고 나머지 금액만 선생님에게 보낸 셈이었다.

  선생님은 그 아주머니가 중간에 차지한 금액보다도 자신을 속인 것에 너무 속이 상했다고 한다. 자신은 돈도 대신 보내주고 수고를 하며 무엇보다도 아주머니의 건강도 걱정해주었는데 오히려 본인의 위치를 이용해 돈을 가로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 아주머니는 자기 지역은 못 사는 동네이니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수업료도 적게 책정해달라고 해서 수업료도 올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으니 너무 괴롭다고 했다.


   재산이 있지만 10만 원을 더 벌기 위해서 상대방을 배신하는 그 아주머니를 보며 질병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욕심과 탐욕 또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자기보다 재산이 적은 사람의 돈까지 빼앗는 자에게 신이 내린 형벌은 아닐지 생각해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갉아먹지 않으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