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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31. 2019

탐욕이 질병을 부른다.

배신

  필리핀 영어 선생님의 눈이 어두웠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 피곤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통해 마주했다.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을 하자고 했지만 슬픔이 가득한 눈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You look so sad. What's wrong?"

  


  필리핀 선생님은 처음부터 스카이프를 통해 영어 수업을 할 생각은 없으셨다고 했다. 필리핀에 온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스카이프를 통해 수업을 하자고 제의를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수업을 하게 된 이후로 이 아주머니가 여기저기 소개를 시켜주어 지금은 일주일에 거의 2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계신다.

  어떻게 보면 필리핀 선생님에게 한국 아주머니는 첫 고객이자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준 사람이기에 늘 고마워했다. 그러다가 그 아주머니가 몇 년 전 암에 걸렸고 수업보다도 건강을 더 먼저 묻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했던 그 아주머니는 선생님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파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그러려니 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중 일부는 필리핀 선생님에게 수업료를 보낼 수 없어 이 아주머니가 대신 송금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주머니가 돈을 송금하다가 천원이 조금 넘는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선생님에게 화를 내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 작은 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아파서 그런 것이겠지라며 이해를 하려고 했단다.


  며칠 전 수업을 하다 다른 학생에게 의외의 한마디를 듣게 된다. 시간당 8천 원의 수업료를 받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아주머니가 스카이프 수업을 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영어 선생님이 시간당 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의 부모는 그 아주머니에게 오래전부터 시간당 만원씩 계산을 해서 수업료를 보내줬다고 한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아주머니가 차지하고 나머지 금액만 선생님에게 보낸 셈이었다.

  선생님은 그 아주머니가 중간에 차지한 금액보다도 자신을 속인 것에 너무 속이 상했다고 한다. 자신은 돈도 대신 보내주고 수고를 하며 무엇보다도 아주머니의 건강도 걱정해주었는데 오히려 본인의 위치를 이용해 돈을 가로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 아주머니는 자기 지역은 못 사는 동네이니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수업료도 적게 책정해달라고 해서 수업료도 올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으니 너무 괴롭다고 했다.


   재산이 있지만 10만 원을 더 벌기 위해서 상대방을 배신하는 그 아주머니를 보며 질병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욕심과 탐욕 또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자기보다 재산이 적은 사람의 돈까지 빼앗는 자에게 신이 내린 형벌은 아닐지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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