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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01. 2019

이력서의 생얼

실력의 포장

  3개월 정도 다니던 인턴이 회사를 퇴사했다. 화려한 스펙에 비해 그의 업무태도는 좋지 않았다. 인턴이 들어오는데 자신의 학력뿐 아니라 다른 것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정작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3개월 동안 일한 날보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하루에 휴식 시간을 2시간 이상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진단서에 관리자는 낮잠을 2시간이나 자는 인턴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의사의 진단서는 입사 몇 개월 전에 작성되었지만 정작 인턴은 면접 자리에서 그 내용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인턴을 고용한 것인지 아니면 모시고 있는 것인지 모를 3개월이 지나갔다.


  인턴이 그만두고 나서 이제는 조금 인턴에 대해 잊고 사나 했더니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인턴이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며 이전 회사에서 3개월 일했던 경력을 기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내용에 대해 묻기 위해 전화가 온 것이었다. 잊고 싶었던 그 인턴의 이력서를 꺼냈다. 해외 유학의 화려한 학력을 자랑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냐고 상대방에게 되물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방 역시 고학력의 인턴이 왜 지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전 회사에서 일했던 내용이 있다기에 어떻게 일했는지 확인차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 인턴은 지원서에 이전 회사에서 3개월간 최고의 실적을 냈으며 관리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그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인턴에 대해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객관적 사실만을 말했다. 나쁜 면만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상대방의 판단을 흐릴 것이기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알려주었다. 그 인턴은 최고의 실적을 낸 사실이 없으며, 일한 날보다 일하지 않았던 날이 더 많았다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말해주었다. 굳이 인턴의 질병까지 들춰내는 일은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겪은 일은 아니고 어느 회사 대표님의 이야기다. 3개월 동안 일한 학력이 화려한 인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었다.


  이력서에 실제보다 과다하게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생얼을 약간 덮는 정도의 화장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본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이력서에 진한 화장끼를 덮는 건 본인에게도 상대에게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진실은 빨리 마주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실력에 비해 과대 포장된 이력서는 금세 실력이라는 생얼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 인턴을 보며 문득 나는 타인에 대해서 나를 소개하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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