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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21. 2020

남들은 하지 않는데

[동조 심리]

  하늘이 잔뜩 흐리다. 이슬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비를 피하려 가방에 든 우산을 꺼낸다. 그런데 손에 쥐기만 한 채 펴지 못한다.  주위에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 가는 아주머니도 짧은 우산을 들고 있지만 그대로 손에 들고만 있다. 그 옆에 가는 정장을 입은 아저씨도 긴 우산을 들고만 있다.

  '내가 맞은 건 비가 아닌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금 비가 몇 방울 더 내린다. 건물 에어컨에서 나온 흩날린 물방울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라는 사실을 재차 알려준다.

  고작 우산 하나 쓰는 일을 가지고 이리 고민하다니 그냥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가면 될 사소한 일에도 다른 이의 눈치를 본다.


  동조는 집단의 압력이 실제로 혹은 상상의 차원에서 발생함으로 인해 자의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또는 태도의 변화이다. 이것은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것이 바로 동조다. [나무 위키 '동조와 복종'에서] 


  소신을 갖는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작 우산 하나 펴는 일에도 다른 이의 눈치를 보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니 맞을 거야.'

  '나만 괜히 튀는 이야기 했다가 따돌림당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감정들이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동조하고 복종하게 만들게 된다.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선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을

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을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림 쇼를


[자우림의 '일탈' 가사 중에서]

https://youtu.be/fD8iCyqcRS8


  어쩌면 남들은 모두 파란색을 빨간색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에게도 파란색을 보고도 빨간색이라 말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지는 못하겠지만 남들이 모두 하지 않더라도 가끔을 나를 위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을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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