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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07. 2019

이메일 주소의 무안함

천사가 주는 부담감

입사 초기 메일 주소를 부여받았다.

본인이 원하는 세 가지 주소를 적으면 그중에 하나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회사에 입사하였을 때는 20대였기에 회사 메일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입사 후 몇 년간은 정말 쓸 일이 없었지만 몇 년 후 부서를 옮기며 외부로부터 자료를 이메일로 받게 되며 조금씩 사용하게 되었다.

영어와 숫자로 불러주는데 마지막 숫자가 하필 1004였다. 

“천사요?”

수화기 너머로 웃음끼가 묻어난 목소리가 들렸다.

난 약간 당황하며

“네. 1004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음번 면담 자리에서 그분이 건넨 말이 기억에 남았다.

“돈을 내라고 하는 분이 천사라는 아이디를 쓰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메일 주소 쓰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 아주 궁금하더라고요.”


나는 이메일 관리 부서에 메일 주소 변경을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메일 주소는 회사 내에서 아이디처럼 쓰여 변경이 불가능했다.

나이가 들어 50대가 되어도 회사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면 ‘천사’라고 답해야 할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겠지.

이십 대 한 번의 결정이 평생에 영향을 미칠지 그때는 몰랐다.

지금의 사소한 선택이 몇 년 후, 몇십 년 후에 큰 영향을 주겠지?

순간순간의 선택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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