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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17. 2019

사이비 농부의 새싹 수확기

깻잎 모종을 하나 얻어 왔다.

동네 아저씨가 한 번 키워보라며 작은 화분 몇 개를 주셨다.

작은 화분에는 키우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시장에서 큰 화분과 흙을 사 와서 옮겨 심었다.

말이 옮겨 심기지 그저 작은 화분에 있던 모종 덩어리에 흙을 더 얹어놓는 것이 전부였다.

물도 좀 주고 나니 이제 수확할 일만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온 녀석들이라

그런지 홍콩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사라져 버렸다.

폐허가 되버린 화분

이왕 화분을 샀으니 다른 거라도 심어볼까 싶어

상점에서 씨앗을 찾아보았다.

미국산이기는 한데 NON GMO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상추는 아무 데나 뿌려도 잘 자란다는 출처 모를 내용이 기억나서 무모한 시도를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줄과 열을 맞춰 씨앗을 뿌려야 했지만 다섯 개나 심었을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하루 종일 해도 마치지 못할 듯했다.

그냥 후루룩 뿌리고 났는데 살짝 걱정이 되었다.

너무 엉망진창으로 나오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나름 씨앗을 심고 다시 한 번 흙을 덮다

며칠이 지나자 나의 예상대로

서로 나오겠다고 뒤엉킨 새싹 녀석들을 보았다.

비 맞은 화분

그래 비도 맞고 그러면 살 놈은 살고 쓰러질 놈은 쓰러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두었다.

주말을 맞아 너무 혼란스러운 녀석들을 정리해보겠다며 수확에 나섰다.


대충 큰 녀석들만 조금 모아보았는데 이걸 어떻게 먹나 싶다.

점심에 면을 먹기로 하였으니 비빔면 위에 살짝 올려 주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물어본다.

“아빠 이건 대체 뭐야?”

“아빠가 키운 새싹이지!”

그런데 아들 몇 번 젓가락질을 하더니

“그런데 왜 아무 맛도 안나?”

“너무 양이 적어서 그래. 그냥 건강을 생각해서 드세요” 라며 새싹 몇 개를 더 올려 주었다.

오늘 아침 화분을 보니 그래도 갈색 잎들이 조금씩 보인다.

다음엔 제대로 된 상추를 수확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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