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강원도를 가는 길이었다
같은 신호에 내 차와 옆 차
두 차가 포뮬러 자동차 경주를 하듯
바로 옆에 섰다
옆 차가 굉음을 내며
급가속하는 소리가 들렸다
20대의 나였더라면 나 또한
엑셀에 발이 가 있었을테다
허나 나는 이제 30대를 지나
40대를 보는 나이
기껏해야 10분, 길어야 15분을
단축하는 일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아이와 아내의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도박을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일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자신에 대해
속도 경쟁에서 놓아주기로 했다
집에서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두 여행이기에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의
아이 같은 운전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가끔은 좀 느리더라도
충분히 풍경을 누리며
여유 있는 여행을
하기로 나는 결심했다
삶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일보다
꽃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