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독후기
-들어가며
"여행의 이유"라는 제목을 보며 나의 여행을 떠올렸다. 내 여행들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권 가득 찍힌 출입국 도장을 보며 내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업무의 연장에 가까운 직장 사람들과의 이동이 절반을 넘고 나머지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움직임이 차지했다. 생각해보니 내게 있어 여행이란 늘 누군가와 함께 하는 무엇이었다. 늘 나보다는 다른 이를 먼저 생각했을 뿐 나를 앞세웠던 적은 없었다. 다른 이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아닌 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기를 바라며 여행을 준비하고 함께 했다.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던 적은 없었다. 고스란히 나만을 위해 나 하나의 만족을 위해 혼자 여행해 본 것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았다. 혼자 있었던 이십 대에는 홀로 어디 떠나는 것은 잘 생각하지 않았고, 가족과 책임질 사람이 많아진 이후로는 여유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 있어 "여행이 이유"는 사람 사이의 끈끈함이라는 연대의 확인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누군가와 다른 장소에 함께 있다는 것이 친함을 증명하는 징표가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구절
TV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 요즘 같은 영상의 시대에 TV를 끊는다는 것은 조금 원시스러웠다. 사람들이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를 말할 때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 나왔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사람들과 대화라도 끼려면 유튜브나 과거 방송을 찾아보면 될 일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봐야 하나 싶어 그만두었다.
그의 알쓸신잡 이야기에서 생각나는 하나는 자신을 삼인칭으로 바라본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시선으로는 절대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없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는 몸을 통해 들리는 소리와 공기 중에 들리는 소리가 다르기에 제3의 영상에서 듣는 목소리는 참으로 어색하다. 어쩌면 진정한 나의 모습은 내 눈이 아닌 제3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은 읽지 못했다. 저자는 친절하게 주요 줄거리를 소개하며 그림자라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이 재미있어 보여서 조만간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게 될 것 같다.) 여행이라는 방랑을 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배경보다는 낯선 누군가로 남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가 생각에 남았다.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동료로 친구로 여러 가지 사회적인 관계로 엮여 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오롯이 자신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남게 된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주변의 그림자 즉 사회적 지위나 배경을 따지는 곳에서는 어느 곳을 가든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자가 없는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다른 도시에 오랜 기간 사니까 여행을 해서 좋겠다고.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먼저 오셨던 분이 이렇게 말했다.
“6개월 동안 부지런히 다녀요. 지나면 다니고 싶어도 움직여지지 않으니까.”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변 환경이 익숙해져서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서 움직이게 되지는 않는다. 롯데 월드 옆에 살아도 롯데 월드에 가지 않았던 20대의 나와 남산 근처에서 근무했지만 정작 남산에 가 본 건 손에 꼽았던 30대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그래서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끊임없이 일상이 없는 곳으로 떠나려는 사람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