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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23. 2019

딴짓의 쓸모

한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자꾸 마음속에서 한 마디가 맴돌았다.

"딴짓 좀 그만해라."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일도 아니고 명성을 가져다주는 일도 아닌 데 뭐하러 그렇게 시간을 들이고 있니라고 내게 묻는 듯했다. 

어느 아이스크림 가게 간판

딴짓하다.

동사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하다.

-네이버 국어사전


아마도 내가 딴짓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가 밥벌이하는 일과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이 일을 나의 직업으로 보는 것도 아니기에 그랬을 것이다. 

문득 딴짓은 정말 쓸데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낭비이자 시간의 낭비일까?

'그건 마치 너는 왜 사니?'라는 질문처럼 심오하게 들렸다. 아직 내게 그림의 재능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 성공을 거둔 그림을 가진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수준에 가려면 한참 더 남아 보인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하고 더 얻어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한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삶을 꽉 차게 사는 느낌이 있었다.


삶의 목적이 꼭 무슨 의미를 지녀야만 인생이 숭고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인생의 의미를 찾아서 그 의미에 매진하면 좋겠지만 가끔 본업과 무관한 딴짓을 하며 인생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본업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 아마도 그것이 딴짓의 쓸모이겠지. 


그림 노트를 닫으며 친구가 내게 말해 준 한 마디가 머릿속을 맴돈다.

"인생은 늘 고민의 연속이지. 어찌 보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본질을 찾은 사람은 성인의 반열에 드는 거지. 그러니 너무 자신만의 본연을 찾지 못했다고 좌절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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