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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07. 2019

빛바랜 기억

일기장의 영수증

  서랍 속을 정리하다가 서랍 안에 들어있던 일기장을 잠시 꺼내었다. 2년 전에 썼던 일기장이었다.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왼쪽에는 영수증을 붙이고, 오른쪽에는 해당 날짜에 해당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형태로 일기를 쓰고 있었다.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수증은 이미 글자가 많이 지워져 있었다. 아마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그저 종이였다는 사실 말고는 보이지 않을 듯했다.

빛바랜 영수증

  내 기억도 어디에 저장하지 않으면 빛바랜 영수증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의 기억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일기장을 통해 그나마 기억의 흔적을 조금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정리하는 뇌]를 요즘 읽고 있다. 왜 모든 기억들이 회상되지 않고 일부만 회상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다.

   나는 영수증을 붙이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기록으로 남겼지만 뇌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을 뿐이다.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 특별한 기억들만 선택해서 저장을 한다. 뇌신경이 선택했다는 꼬리표가 있는 기억들만 뇌가 장기기억으로 옮겨 기억할 것이다. 어떠한 자극도 없는 일상의 기억은 굳이 기억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잠을 자는 동안 신경이 모두 씻어내려 다음날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기록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살게 되겠지. 어제의 부족한 점을 오늘도 똑같이 반복해내며 내일도 같은 실수를 마주하게 되지는 않을까?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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