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따라 그리기
곰돌이 워셔블(Washable 빨 수 있다)은 주인 아이가 다 커서 쓸모가 없어져 이제는 소파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때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워셔블에게 가만히 앉아 있는 이유를 묻지만 답하지 못한다.
“자기가 왜 사는지도 모르다니! 넌 바보야! 정말 형편없는 바보라고!”
파리의 이야기에 워셔블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자신이 사는 이유를 찾기로 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게 유일한 이유인 생쥐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는 꿀벌
그냥 골치 아픈 생각 없이 놀기만 하는 되새
아름다움을 제일 중요시하는 거만한 백조
셀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한다는 뻐꾸기
위계질서에 따른 모임을 강조하는 원숭이
신중하게 생각만 하는 코끼리까지
여러 동물을 만나 보았지만 자신이 왜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찾지 못한다.
뱀의 먹이가 될 뻔한 위협을 지나 나날이 발전하는 나비와 헤어져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신발도 신지 않고 헌 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워셔블에게 자신의 곰 인형이 되어주냐고 묻자 워셔블은 “좋아”라고 답한다.
워셔블은 다시 누군가의 곰 인형이 되어 크나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성가신 파리가 다시 날아와 왜 사는지 모르는 바보라고 놀리지만 이번엔 파리를 찰싹 때리며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것에 맞는 특별한 목소리를 내야만 그 말은 진실이 된다”-미하엘 엔데
10년도 더 전에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라는 책을 읽고 느끼는 생각이 많았다. 회색 신사에게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작품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역시 [모모]에서 받았던 느낌을 똑같이 받았다.
낡은 곰 인형이 파리의 왜 사냐고 묻는 이야기에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그 답은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 있으며 그 길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생쥐처럼 생계만 생각하지 말고, 원숭이처럼 높은 자리로 오르려 하지 말고, 그렇다고 백조처럼 외모에만 신경 쓰지 말고, 되새처럼 모든 걸 다 잊은 채 놀기만 하지 말라는 비유를 보며 내가 사는 이유는 어디쯤 있을까 싶었다.
아마도 셀 수 있는 것만 존재한다는 뻐꾸기처럼 많은 돈을 모아야 사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내게 반문해 보았다.
다음번에는 미하엘 엔데의 다른 작품 [끝없는 이야기]를 한 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