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나리토리 미오리
아주 오래간만에 펜을 들었다. 한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그림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을 보고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대는 고등학생 때 하루 2~6시간씩 2년 이상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미대에 갔으니까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서 미대에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편안하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쓱쓱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습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p.34~35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냥 쓱쓱 그려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100시간을 넘게 투자해도 그림 하나를 그려내는 것이 힘겹다는 것은 내게 재능이 없다는 것은 아닌지 그런 편견에 빠져 있었다.
나보다 훨씬 잘 그리는 이가 대가도 그림을 힘겹게 그린다는 말을 해주니 ‘잘 그리지 못한다’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매일 반복해서 그리다 보면 분명 실력이 늘 것입니다. 지식도 깊어질 것이고, 무엇보다도 시간 낭비가 없어질 것입니다.
조금 마음이 편해지셨나요? 무엇이든 ‘의무’나 ‘시련’이 아닌,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p.48
결론은 계속 그림을 그리면 실력은 좋아진다는 평범한 진실이었다. 괜한 재능 탓을 하며 게으름을 부렸던 나를 돌아보며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사탕 상자를 그려 보았다.
한참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하는데 입체감도 살지 않고 원본과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스스로 갈고닦지 않으면 ‘개성’으로 승화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집요하게 계속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10년 이상 지나면 아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p.179
촌스럽고 이상하고 엉망이더라도 그림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음영이 이상하면 다음에 음영을 배워서 채우면 되고 색깔이 이상하면 배색을 배워 바꾸면 그뿐이었다. 괜히 안된다고 보채 봐야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었다. 최소 10년 아니 30년쯤 지나면 나만의 색깔이 충분히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어딘가 모를 허전한 마음을 하나 안겨준 그림 하나를 마무리하고 노트를 덮었다. 책 속의 문장 하나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려봐야겠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성은 옳은 것입니다.
[그림은 능숙해지지 않는다]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