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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30. 2020

어른은 처음인데요

아빠의 일기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같이 가는 큰 아이도 서운할까 봐 옆에 있는 큰 아이의 손을 잡으려고 하니 쑥스러운지 슬그머니 손을 뺀다. 그리고는 한 발짝 떨어져 걷는다. 이제 더 이상 아기라고 부르기에는 내 어깨를 넘은 큰 아이를 보니 어려워 보인다.


  내가 큰 아이만 했을 무렵 어른들은 세상을 오래 살았으니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을 줄 알았다. 내가 질문하면 무엇이든 답해 주시니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어른이 되면 인생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막연히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동경을 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바랐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어느덧 내 아이가 어깨를 넘어가도록 크고 나서도 어른이 된 나는 아직 인생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 다만 우리 부모님이 내게 해주셨듯 아이들의 질문에 답은 잘해주고 있다. 그건 인생을 조금 더 살았고 타인에게 들은 이야기들과 약간의 지식으로 답변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 준다는 것이 인생에 모든 정답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보다 십수 년을 더 산 어른을 만나도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무엇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인지.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들 고민의 정도가 다를 뿐 수많은 고민들을 하며 살고 있었다.

 


  나뿐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인생을 처음으로 겪는다. 다만 그들이 앞서 경험하고 있을 뿐 그것이 인생의 정답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수학을 배우는 사람에게 과학을 배운 사람이 조언을 건네듯 그저 알듯 말듯한 자기가 배운 수준의 지식만을 알려줄 뿐 그것이 바로 내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어쩌면 평범한 해답이 아닐지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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