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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09. 2019

그림노트를 닫으며

다름과 틀림

  식당에 들어서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일행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기에 3명이라고 손가락을 펴서 보여주었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잘 펴지지 않는 중지를 억지로 힘을 주어가며 폈다.

  내 뒤에 선 사람들 역시 3명이라고 하며 손가락을 폈지만 나와는 달랐다. 엄지와 검지를 살짝 접어서 종업원에게 보여주었다. 똑같은 3명을 표현했지만 뒤에 선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 표현하고 있었다.


  내게 그림이라는 건 마치 내 손의 중지와 같았다. 잘 되지도 않는 그림을 억지로 짜내며 이어가고 있었다. 때로는 주위로부터 아이 그림 같다고도, 어떤 그림을 그린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어쩌면 그건 모두 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를 펴는 것만이 맞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름과 틀림은 분명 다르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다름을 틀림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틀린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마음속의 내가 주눅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며 순수하게 즐거움을 찾았던 순간까지 펜을 내려놓고 다시 내려가 볼 생각이다. 굳이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조금 틀리더라도 괜찮은 나만의 그림노트를 남겨놓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오지 못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롯이 나에 집중하기 위해 그림 노트는 덮기로 했다. 그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때까지 매거진 발행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좋아요와 좋은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정말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그림 대신 좋은 글로 찾아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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