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돈
평소 3천 원이면 사던 휴지를 더 비싸게 주고 샀다
아내에게 평소 3천 원이면 사던 휴지를 드디어 긴 줄을 서서 30분을 기다린 끝에 5천 원에 샀다며 휴지 사진을 보내주었다.
한 달 전만 해도 마트에 쌀도 휴지도 모두 텅텅 비어 살 수 없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참 답답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진열장에 휴지가 가득 쌓여 있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패닉에 빠져 휴지를 사지는 않는다. 마트에서는 오히려 2개 묶음 할인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아마 1~2주는 그렇게 갈지 모르겠다. 자체 제조업이 없는 홍콩에 비해 배송이 빠른 한국은 훨씬 더 물품이 빨리 채워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니 내가 모으려는 돈의 가치는 교환 가치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교환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돈은 그저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과연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있는지? 무작정 돈에만 매몰되어 사는 건 아닌지? 나에게 되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