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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7. 2020

중양절

홍콩의 특별한 휴일

  달력에 빨간 글씨가 보였다. 얼핏 달력을 보고 중앙절이라 적혀 있는 줄 알았다. ‘절기의 가운데쯤 있어서 홍콩은 쉬는 걸까?’하고 그러려니 넘기려 했다.

  그런데 딸이 묻는다. “아빠, 오늘 왜 쉬는 거야?” 대충 답변해주려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중앙절이 아니라 중양절이었다. 9라는 양수가 두 번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동양에서 홀수는 양수, 짝수는 음수이기에 양수가 두 번 겹치는 날을 많이 기념한다. 음력 기준으로 1.1은 설날 3.3은 삼짇날 5.5은 단오 7.7은 칠석 이처럼 홀수가 겹치는 날 즉, 양수가 겹치는 날에 이런저런 행사들이 많이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날은 설날과 단오, 칠석 정도라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홍콩에서는 이 날에 산에 많이 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 많이 보인다. 중양절의 유래를 보니 그럴만하다.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신통력을 지닌 장방이란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장방이 환경이란 사람을 찾아와 “9월 9일 이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식구들 모두 주머니에 수유 꽃을 넣었다가 팔에 걸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라”라고 하였다. 환경이 장방의 말대로 식구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놀다가 이튿날 집에 내려와 보니 집안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 있었다. 그 후부터 중양절이 되면 산에 올라가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위키백과에서


  홍콩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교를 믿는다. 그래서인지 도시 곳곳에 이렇게 사원이 많이 있다.

  사원에 향을 피우고는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동그랗게 말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 향이다. 아래쪽부터 타들어가면서 향을 피우게 되는데 익숙하지 않은 향이라 그런지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빨간색으로 가득한 사원을 나와서 보니 옆에 있는 고층 건물과 오래된 사원이 묘하게 어울린다. 특유의 홍콩 분위기는 그래서 생기는 것이 아닐는지? 

  사원 앞에 작은 제단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 누군가 과일과 과자를 가져다 놓고 소원을 빌었나 보다. 

  나도 그 옆에 잠시 서 있으며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빌어보았다. 시대에 뒤떨어진 미신이라고 터부시 하기 전에 함께 한 사람들의 고마움을 감사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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