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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26. 2023

얼마나 더 올 수 있을까?

Tung lung chau [2018년 11월의 홍콩에서]

  몇 년 지난 홍콩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홍콩이라고 하면 보통 야경과 쇼핑을 떠올리지만 섬이 주는 매력도 있기에 몇년전 아이들과 함께한 홍콩섬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심에서 떨어진 곳으로 움직였다. 지난번에는 산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서 이번에는 섬으로 골랐다. 한문으로는 동룡주, 영어로는 Tung Lung Chau라는 섬이었다.

홍콩섬 오른쪽의 tung lung chau

  동룡주라는 섬에 가려면 평소에는 사이쿵이란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항구에서 배를 타야 했다. 하지만 주말에만 운영하는 집 근처 배편이 있어 그 배를 이용하게 되었다.

어린이 기준으로 왕복 40달러 1인당 6천 원 정도 하는 셈이었다.

  하루에 배편이 10편도 다니지 않는다. 섬에서 출발하는 막차인 오후 5:30 분배를 놓치면 다음날 9시까지 섬에 갇혀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지 시키고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가 계단이 보이자 아이들은 힘들다며 벌써부터 질색이다.

  220미터만 가면 멋진 조각이 있다고 구슬려본다. 산에서 200미터는 평지의 몇 배지만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해본다.

  막상 도착하니 실망한 눈치다. 언제 그려진지도 모르는 바위의 낙서를 왜 보러 왔나 하는 눈치다.

  이럴 때는 빠른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근처 해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거리에 해변이 있어 잠시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다. 돌 던지는 게 뭐 그리 재밌는지 해변에 있는 돌을 다 던질 기세다.

  아이들이 잠시 노는 동안 해변을 산책하다가 특이한 돌을 하나 찾았다. 누가 해변까지 와서 색을 칠하고 갔을까?

  아이들이 돌을 던지는 사이 나는 혼자 소원을 빌며 돌을 쌓아본다.

 그렇게 10~20분 지났을까? 아이들이 지겨웠는지 다시 돌아가자며 재촉을 한다. 다시 오르막길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라는 하얀 거짓말을 몇 번이나 계속하며 아이들을 걷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나 보다. 아이가 길을 못 걷겠다며 퍼져 버렸다. 그래 잠시나마 바다를 보고 있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조금 기다려본다. 등에 땀이 가득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력을 회복하기를 기다려본다.

 잔뜩 우거진 수풀 때문에 시간은 낮 오후 2시였지만 유난히 어두웠다.

 드디어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인다. 저 해변까지만 가면 되는데.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항구에서 보니 배가 들어오고 있다.

  조금만 늦었으면 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아이들이 다음에는 섬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빠의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운동한 번 시키려다 섬에 대한 정나미를 잃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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