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조급했을까?
몇 년 전 일했던 사무실이 홍콩 완차이 근처였다. 바다를 건너 침사추이에서 약속이 있는 날이면 가끔씩 배를 이용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지하철 환승에 한참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보듯 맞은편 항구까지는 몇 백 미터도 되지 않는다.
침사추이 방향 요금은 홍콩 달러 2.7달러 대략 4~500원 내외였다. 지하철은 천 원이 넘으니 가격까지 저렴했다.
12:36 다음 배의 시간이 보였다. 매 12분마다 오는 배인데 나는 이 배를 놓칠까 봐 땀이 나도록 뛰었다. 그러나 결국 배를 놓치고 다음 배를 탔다.
12분이란 시간을 얼마나 아끼려고 그렇게 뛰었을까? 12분의 시간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나 싶었다. 땀을 식히러 부두 3층으로 올랐다. 3층에는 맞은편 부두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지만 사람은 많이 없었다.
다른 쪽 항구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10분이 금방 지나간다.
들어오는 배가 보인다. 이번에 놓치면 또 12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얼른 선착장 1층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비싼 배는 유람 관광용이고 내가 탈 배는 많이 낡아 보였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길, 반대 방향 배가 지나간다. 수십 번을 건너 다녔지만 제 시간보다 약간 늦은 덕분에 사진 몇 장을 건졌다.
조금 늦는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 아닌데 그때는 왜 그리 조급했을까? 몇 년 전 사진을 보며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다. 때로는 조금 늦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너무 서두르려 하지 말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가끔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